나는 참는 아이 - 첫번째 발걸음
나는 참는 아이, 윤현이
안녕하세요.
이 글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윤현이’의 이야기를,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엄마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은 기록입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
그 안에 담긴 억눌림과 엉뚱한 웃음, 참는 힘까지
ADHD와 틱을 가진 아이의 하루를
조금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잠시 멈춰,
윤현이의 속도로 함께 걸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월 4일, 월요일
오늘은 학교 가는 날이었다.
4학년이 됐다.
학교 가기 전, 아침을 안 먹고 약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팠지만 토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침을 먹고 약을 먹고 학교에 가면
자꾸만 속이 울렁거렸다.
기침이 나올까 봐 입을 손으로 막았다.
목이 따가웠다.
그래도 내가 참고 또 참으면,
누군가는 나를 조금 덜 싫어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아침에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윤현아, 오늘은 개학날이라 두 시간만 있으면 학교 끝나거든.
잘 다녀와. 윤현아 사랑해. 네가 최고야.”
그리고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줬다.
그 말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줬다.
3월 6일, 수요일
나는 아침을 안 먹고 약을 먹는다.
왜냐면, 아침을 먹고 약을 먹으면 꼭 토하게 되니까.
예전엔 그걸 몰라서 학교에서 자주 토했고, 친구들이 싫어했다.
내가 토하면 애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자리를 옮기고,
어떤 애는 "징그럽다"고도 했다.
그게 너무 슬퍼서, 엄마한테 살짝 말해봤다.
“아침을 안 먹으면 안 토하지 않을까?”
하루만 그렇게 해보자고 해서 해봤는데
진짜로 토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배고픈 채로 학교에 간다.
배는 고프지만,
애들한테 덜 미움받는 것 같아서
그게 더 좋아.
수학 시간에 자꾸 다리가 떨렸다.
책상 밑에서 손가락도 같이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복도로 불렀다.
“윤현아, 너 조용히 하려고 애쓰는 거 알아. 고마워.”
그 말에 목이 간질거렸다.
내가 나쁜 애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이상했다.
선생님 눈이 따뜻해 보였다.
다시 돌아와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도 조용히 하고 싶다.
진짜 진짜.
3월 첫 주, 윤현이는 세 번이나 참았다.
배가 고파도, 속이 울렁거려도,
입에서 튀어나오는 기침도 꾹꾹 눌렀다.
윤현이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아침을 안 먹으면 안 토하지 않을까?”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절절했는지,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보통 좋아하는 걸 위해 투정을 부리지만,
윤현이는 ‘덜 미움받기 위해’ 아침밥을 포기했다.
배고픔보다 더 두려운 건,
토해서 친구들에게 미움받는 거라는 걸
윤현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아이의 참는 하루가 얼마나 무거운지.
기침 하나, 손끝 떨림 하나에도
모든 걸 꾹꾹 눌러담아 살아간다는 걸.
그 조용한 투쟁을 엄마는 매일,
조금씩 울컥하며 지켜본다.
오늘도 윤현이는 자신을 꾸역꾸역 밀어붙였고,
나는 그런 윤현이를 아침에 꼭 안아줬다.
“윤현아, 사랑해. 네가 최고야.”
그 말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는 아이를 보며
나는 매일 반성하고, 또 다짐한다.
부디 윤현이가 ‘참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자기 마음을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그 시작이 이 작은 일기였으면.
※ ADH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일부 어린이들에게 위장 불편, 메스꺼움,
식욕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윤현이가 느끼는 불편함은
이러한 약물의 부작용일 수 있습니다.
〈나는 참는 아이〉는 현재 브런치북으로
재연재 중입니다.
1편부터 8편까지는 하루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며,
그 이후부터는 매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