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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Mar 30. 2021

몸만 커버린 1.5학년

입학식도 없이 2학년이 되어버린 아이들

출처: 픽사베이

유래 없이 코로나로 세상 모두가 힘들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부터 코로나가 오게 되면 기존 지병으로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사람까지

내 주변에는 참 많았다.


1학년 입학식을 해야 했던 아이들은

유치원 졸업식부터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생략되었고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EBS를 보며 시간을 달랬다.


누워서.

뒹굴거리며.

마치 만화 TV를 보듯이 학습을 마친 아이들.


내려놓고 아이들을 챙기고 싶었겠지만

기회비용의 문제로 쉽지 않은 선택일 테니 대부분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며 버티고 버텼다.


그런 아이들이 2학년이 되었다.

1학년은 학교를 낯설어한다. 무서워할 줄 안다.

배우려고 한다. 바르게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으려 한다.


그런데 1학년의 그 빛나야 되는 시기를 뛰어넘고

몸만 커버린 1.5학년

지금의 초등 2학년.


바르게 앉기

바르게 쓰기

바르게 책 읽기가 전혀 되지 않는 아이들은 모든 학교에서 쉽지 않은 학년일 것이다.


교육과정의 내용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EBS로 1학년을 보낸 아이들이 당연히 성취기준을 모두 이수했으리라.

못했다면 그것은 학교의 문제라 치부되겠지만


선택할 수 없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작년의 교육 상황은 교사에게 무력감만 주었다.


모두가 0.5학년만큼만 자라났다.

부족한 0.5학년은 어떻게 메꾸어야 할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쓴 채로

뒹굴거리며 키워왔던 집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벗어던져야 하고

친구와 놀지도 못하지만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교사와의 래포를 느끼지 못한 채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 후손 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마스크를 벗겨주지 못하는 이 안타까움은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고 헛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아가며

수업을 하는 것 만으로 보답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빼앗긴 0.5학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교사만이 아니라

학부모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말이다.


오직. 아이들을 위하여.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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