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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Jun 01. 2021

침대.

너와의 잠자리 독립.

출처: 픽사베이



남들은 아기 때부터 잘만 따로 재운다더라.

울다가 나중에는 안 찾는데!

처음부터 따로 재우면 익숙해진데!


잠자리 독립을 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늘 전해 듣던 이야기.


우리 부부는 그렇게

나는 큰 아이를

남편은 작은 아이를 한 명씩 끼고 잔 지 10여 년.


큰 아이만 있을 때도 늘 아이는 우리 사이에서 잠들었고

작은 아이가 생기면서는 엄마랑 자기로 한 날, 아빠랑 자기로 한 날 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계속 있는 것만 같았다.

출처: 픽사베이

아직도 엄마랑 자"?라는 말에 어느덧 아이가 반응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혼자 자는 것이 무섭다며

자신이 이상한 거냐며 묻는 딸에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혼자 잘 수 있게 될 거라 토닥토닥 해오며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가 지은 동시에는

밤에 엄마를 꽉 안고 잠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깜깜한 암흑이어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만 밝게 불빛이 있다는 그 동시와 그림.

출처: 픽사베이

그러던 아이가

이제 잠자리 독립을 선언했다.

방을 요구했고

침대를 갖고 싶다 이야기했고

서운해하는 엄마에게 일주일에 2-3번씩은 같이 자자고 달랠 줄도 알며.


큰아이 방에 놓인 침대를 보니

그토록 해야 했던 잠자리 독립인데 허전하다. 마음이 찡하다.


둘째가 이불을 가지고 누나 옆에서 자겠다고 한다.

갑자기 우리 부부는 서로를 쳐다본다.


후루룩 떠나가버리는 빈 둥지 증후군이라 말하면 남들이 웃겠지만.

허전하다.

늘 옆에 끼고 자던

그래서 잠도 설치고

내가 바디 필로우인지 모르겠는 깔림과 시계추 방향으로 돌며 나를 구석으로 몰아버린 그 순간도.

이불이 없이 달달 떨어 보면 나는 이불 하나 없는 채로 뺏어오길 반복했던

그 순간이 갑자기 스쳐 지나간다.


당연히 독립해야 되는 건데

왜 말리고 싶지;;;;;;


갑자기 아이 둘이 다른 방 침대에 눕고

늘 그렇듯 나는 큰 아이와 자던 곳에 누우니

베개 탈탈 털며 정리하는 남편.

그렇게 옆에 자리를 잡는다.


아... 이 느낌 어쩌지.

애 키우느라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남편 애 둘을 키우면서 늘 내 옆을 지켜주었다.


엄마면서 잠이 많아 새벽에 애가 깨는걸 못 들어도

남편은 묵묵히 일어나 아이를 달래주고 분유도 타주며 그렇게 내 곁에 함께 해주었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고맙고 고마운 내 남편.

이래서 마지막 인생을 함께 하는 건 남편이라는 건가.


내 뱃속이 침대였던 아이가

행여 떨어질까 고심하며 샀던 그 아기침대가

이젠 혼자만의 싱글 침대가

그리고 언젠가는 너의 혼수가 될 침대가.

모두 스쳐 지나간다.


딸!

독립을 축하한다!!


ps. 이제는 엄마가 좀 독립해야겠다 ㅠ.ㅠ 이렇게 마음 약한 엄마는 어쩌면 좋니 ㅠ.ㅠ 강아지라도 사야 되려나 ㅠ.ㅠ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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