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킴 Rickkim Mar 13. 2022

대선과 관련한 짧은 단상 글에 대한 이음글

그래, 이번에는 네가 운전대를 잡고 한번 해봐라.

어제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대선과 관련한 짧은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대선과 관련한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올렸고, 많은 분들께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중 2번을 지지한 분들의 댓글 의견도 있었는데요. 우선 솔직한 자기 의견을 표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합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신 이번 선거에서 2번을 선택한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하면 이것인 듯 합니다.


이번 정권에 실망했고,
그래서 2번 윤 후보를 찍었다.


...


저는 이번 결과에 딱히 분노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양쪽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최선을 다해 부딪혔고, 그 결과 1번이 졌습니다. 차이가 아무리 미미해도 진건 진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를 절대적 가치 같은 '도그마(dogma)'로 대하는 것에 반대하는데요. 제게 있어 정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룰을 만들고 운영하는 운영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그 점은 우선 명확히 짚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과 같이 현 정권에 불만이 많습니다. 딱히 이번 1번 후보자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고요.


다만, 그럼에도 저는 많은 사람들이 2번이 아닌 1번을 선택하리라 믿었습니다. 각종 의혹들은 차치하고라도 2번 후보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말이나 태도, 그리고 각종 사안에 대한 무지함을 보면 저 개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뽑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2번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을 보고 좀 놀랬습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일 이번에 나온 2번 후보가 홍준표 씨였고, 그가 당선이 되었다면, 2번을 찍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번 정권의 잘못에 대한 정당한 불만 표현이라는 말에 납득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선거에 한해서는, 그 어떤 그럴듯한 이유를 대셔도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판단력, 가치관 등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것 같고요.


물론, 이번에 2번을 찍은 모든 분들을 똑같이 보는 것은 아닙니다.


반인륜적인 조롱과 혐오 표현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당당하게 쓰는 극단적인 2 그룹, 그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2번을 찍은 2 그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권의 후보는 도저히 찍을  없어서 2번을 찍은 2 그룹, 그리고 그냥  몰라서 혹은 자기 주변 대부분이 그런  같아서 2번을 찍은 2 그룹은 엄연히 달리 구분해야겠죠.


그럼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번에 2번을 찍었다는 말을 들으면 실망감을 가지고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그 태도에 따라선 SNS 친구을 끊거나 하며 주변 정리도 하게 될 것 같네요.)


...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로 형성된 정치적 지형이 단순히 본인 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체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 내가 한 표의 가진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한 표를 인물이야 어쨌건, 사회가 어쨌건, 단지 내 맘에 안 드는 세력을 혼내주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대편을 찍었다는 것은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2번 윤 당선자가 좋아서, 그가 주장했던 정책을 알고 좋아서 지지하셨다면, 개인적으로 동의는 못할지언정 차라리 인정하기 쉬울 듯합니다.


그런 분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선택을 밝히시고, 그에 따른 결과가 좋기를 바라며 지켜보시면 됩니다. 저도 부디 그러기를 바랍니다. 이건 비아냥이 아닌 진심입니다.


...


누가 뭐라건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20대 대통령은 윤 당선자가 됩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글의 요지는


어떤 쪽을 지지했건,
이미 결과는 2번으로 정해졌고,
이제 그걸 지켜보자.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


였습니다. 그 이상 어떤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점은 부디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단순화한 것일 수 있지만) 저는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의 선거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소수의 양쪽'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의 마음'을 얼마만큼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중임이건 5년 단임이건 다수의 표를 얻은 쪽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겠죠.


그래, 이번에는 네가 운전대를 잡고 한번 해봐라.


이번에는 2번 윤 당선자가 선택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는 것만 제외하곤 그의 철학과 주장대로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만 하지 말고 직접 맞아가며 경험해보는 것도 좋죠.


혹시 그가 그동안 주장했던 말들이나 정책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한 번씩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개인적인 다짐 하나 하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2번이 선택받은 이유 중 하나로,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 그룹의 사람들에게 대세는 2번이라고 생각하게 놔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증오나 혐오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안고 가야 할 관용으로 대한 것이 극2번들을 기고만장하게 했고, 그에 동조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그들에 대해 너무 조심스럽게 대했습니다.


그 결과, 중간의 사람들이 그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글에서 저의 기억 속 첫 번째 대선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와의 사연 속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아마 그때 그 동료가 납득할만한 이유로 이번에 나랑 같이 이명박을 찍자고 했다면, 당시 정치적 무관층이었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특별히 당시의 제가 악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와 관련해서 무지했기 때문이며, 당시의 제 주변 모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대세를 따릅니다. 그건 본능에 가까운 선택이죠.


흔히, 사람들끼리 만나면 서로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괜히 불필요하게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는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굳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일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런 태도가 정치에 대한 오해와 혐오를 키웠고, 그 틈을 극2번이 파고든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치적 이슈가 생길 때, 관련한 제 생각이나 입장을 온라인에 올리거나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자기 주변의 의견들이 모여져서, 개인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거겠죠. 종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치만큼은 마치 스포츠 팀 이야기하듯 가볍게 우리 대화의 주제로 자주 오르내리길 바랍니다.


정치를 종교와 같은 도그마가 아닌 그저 '우리 사회의 규칙을 정하고 실행하는 운영팀 정하기'처럼 살짝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제발 갈등이 문제다. 통합, 포용, 협치와 같은 이야기도 잠시 좀 내려놨으면 좋겠고요. 민주주의 룰 하에서 적당한 갈등은 당연하게 바라보고, 명확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도 좀 명확했으면 합니다.


축구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 선수들이 갑자기 우리만 너무 골 많이 넣었으니, 상대편도 좀 넣게 해주자 라고 하면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사람들이 보기에 자기편은 챙기고, 상대편은 벌하려는 2번 세력이 차라리 순수하고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


많은 분야가 그랬던 것처럼, 저는 정치도 이념의 시대가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정치에서도 실용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가벼운 이야기로 글을 올렸으면 좋겠네요.


:

2022년 3월 13일 이른 저녁,

작업실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