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반, 오늘도 ‘나무’는 자란다

by 리도씨

나는 매일 아침 5시 반이면 일어난다.

알람 소리는 여전히 싫고, 눈꺼풀은 무겁다.

그런데도 벌떡 일어난다.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하루는,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매일의 시작이자 작은 기적이다.


내가 이 시간을 좋아하게 된 건, 아주 조용해서다.

세상은 아직 자고 있고, 도시는 숨죽이고 있다.

바로 그때, 나는 베란다에서 공원의 나무를 본다.

물을 한잔 마시면서, 그 나무를 본지 오래 되었다.


이른 새벽의 나무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점점 빛을 받아 서서히 자신의 형체를 드러낸다.

그 순간이 그렇게 아름답다.

해가 떠오르며 나뭇가지마다 금빛이 번지고, 그 위로 이슬이 반짝이면, 마치 누가 그려놓은 수채화 같다.


나는 매일 그 풍경을 본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의 나무는 겉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랐다는 걸.

아주 조금,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다는 걸.


어느 날, 나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자라고 있을까?’

누군가처럼 눈부신 성과도 없고, SNS에 자랑할 일도 없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가끔은 지치고, 가끔은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이 자리에 다시 온다.

나무처럼.


그건 어쩌면, 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내가 매일 나를 꺾지 않고 살아내는 것.

그게 성장 아닐까?


나무는 급하게 크지 않는다.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그저 묵묵히 뿌리를 내릴 뿐이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그 빛을 받아들이고, 추운 겨울이 오면 가지를 오므리며 견딘다.

그리고 결국,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피운다.


나는 그 나무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조용히 자라나는 용기, 말없이 견디는 인내, 눈에 띄지 않는 성실함.


하루는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넌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 뭐가 좋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무랑 인사해.”

친구는 못 알아듣는 눈치였지만, 괜찮다.

이건 나와 나무 사이의 은밀한 약속이니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에만 박수를 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진짜 변화는 속에서, 아주 조용히 일어난다는 걸.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깊어지는 것.


나는 그 조용한 새벽의 시간을 나를 키우는 시간이라 부른다.

일어나 나무를 보며 물을 마시고, 달린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나무를 보는 적도 있다.

그저 숨 쉬고,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작은 꽃이 나무 옆에 피었다.

언제 심은 적도 없는데, 조그마한 꽃잎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 바람이 씨를 데려왔겠지.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도 찍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하루에도 이런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어느 날, 불쑥.


그러니까 지금의 나를 너무 평가하지 말자.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나도 자라고 있을 테니까.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자.

모든 나무는 저마다의 계절을 갖고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나무는 묵묵히 나를 기다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따라 한다.

말없이 일어나, 빛을 맞고, 물을 마시고, 조용히 자란다.

어디서 보이지 않게, 아주 조금씩.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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