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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n 20. 2021

친구, 나의 모남, 그리고 그녀

왜 친구를 만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익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말들은 나도 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만나 나의 시간과 돈을 사용했을 때는 그에 해당하는 어떤 것을 얻지 않으면 만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마는 나다. 물론 그 얻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든, 아니면 편안하고 행복한 한 때를 얻는 것, 그 정도의 기쁨조차 없다면 만나야 하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나는 묻고 마는 사람이다.


아마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그래서 가치 없는 곳에 나의 시간과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마는 것일 게다.


내가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감정의 공감과, 서로의 슬픔과 행복의 나눔, 서로의 잘됨을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응원해 주는 것. 그런 것뿐인데도 이런 나의 바람은 참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욕심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친구란 이러해야 한다는, 엄격한 잣대는 사치이며, 그렇게 따지고 들다가는 아무도 남아나지 않는다고 삶은 자꾸 나에게 말한다.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타협이 되지 않는다. 도저히.


가끔은 유별난 나랑 사는 게 나도 참 힘들다. 나도 안다. 내가 참 별나고 살기 힘든 녀석이란 걸. 아니 솔직히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그냥 좀 유하게 아무나 다 받아들여주고 그냥 그려려니 하면 안 되느냐고 나에게 따져 묻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젠 하늘의 별이 된 내가 너무나 아끼던 한 분이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신 그분을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이유는 내게 없던 바로 그런 유함때문이었다. 그분과 함께 있으면 나의 모남과 날카로움, 예민함이 특이함이 되고 개성이 되고 나란 사람의 고유의 특성이 된다. 그녀는 그렇게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분이었다. 몇 차례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체력이 약해져가는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그녀. 여전히 그분의 카톡은 내 안에 들어 있다.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 함께 걷던 산책길을 버스로 지나게 되었다. 버스가 지나는 그 잠깐 동안 그분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직 내 안에서는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 가방 안에는 그분이 주신 손거울이 들어 있다. 사람과의 문제로 나의 좁은 속마음을 자책할 때면 그분의 넓은 마음이 생각난다. 모두를 아우르던 그녀의 넓은 마음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지만 언니처럼 여기던 그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제대로 애도하지도 못한 탓인지 가끔씩 그녀가 생각난다. 해바라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고 언제나 커다란 웃음을 보여주었던 그녀. 그녀와 걷던 회사 주변의 길이며 그녀와 마셨던 차, 함께 먹었던 음식, 그녀가 잡아주었던 손, 그녀가 건네 준 간식. 그녀에게 받은 것들만 생각난다. 난 아직 그녀에게 배울 게 너무 많이 남았는데... 모난 나를 생각하면 그녀가 떠오른다. 나의 모남마저 받아주던 그녀. 나는 아마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아니 잊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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