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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ug 24. 2021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어제는 하루종일 아팠다. 기본적으로 두통이 깔려 있었고 온몸이 전기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했다. 어깨 결림까지 겹치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식체인 듯 하다. 체했을 때 나오는 증상들이다. 다행히 오늘은 괜찮다. 약을 먹고 12시간이나 잠을 자고 나니 이젠 좀 살 것 같다. 어깨결림도 사라졌고 두통도 사라졌다. 뱃속의 꼬르륵거림이 살아있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체했던 거니 조금 더 굶길 생각이긴 하지만.     


가끔은 폭풍처럼 생각들이 밀려와서 괴롭고 가끔은 하얀 백지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서 괴롭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대부분이 전자의 괴로움이었다. 너무 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면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 나를 보며 이대로 괜찮을까를 생각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내지 않으면, 그런 나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구직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조차 하루가 십 년처럼 길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는 나를 무능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결혼을 통해 남편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에도 나는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다만 이런 사고의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나는 삶이 지나치게 무거운 사람이었고 다행히 이제는 조금은 삶을 가볍게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면 긍정적인 변화겠지만 이전의 삶의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은 퇴화한 것일 게다. 삶이 어려운 건 당장 그 답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삶의 태도가 옳았는가의 유무는 1, 2년보다 훨씬 더 지나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삶은 매번 참 어렵다. 이렇게 어렵고 괴롭고 힘든 게 삶이라면 삶은 참 재미없을 것 같다. 분명 그건 아닐 거 같은데 ‘그럼 어떻게’라고 하면 답을 내지 못한다. 답을 모르기에 나는 이렇게 오늘도 쓴다. 쓰고 나서 글을 쓴 나를 타인이 되어 바라본다. 답을 알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쓺으로써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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