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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3. 2021

불안의 색2

불안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불안을 느낀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 불안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면 불안감을 조금은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불안을 들여다본다. 어떤 색깔인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어떤 무게인지. 풍선이 떠오른다. 풍선을 가느다란 실로 간신히 붙들어맨 채 둘둘 묶어 땅에 심는다. 잎이 풍선이라 어디론가 날아갈 것만 같다. 불안하다. 날아갈 것만 같아 불안하고 멀리 날아갈 만큼의 힘은 없는 풍선이라 불안하다. 실은 약하다. 풍선을 잡아줄 만큼의 힘이 없다. 그렇다고 땅에 깊이 뿌리내릴 만큼의 힘도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나의 불안은 풍선이다. 실로 묶어 간신히 땅에 박아 둔다. 내 불안의 그림이다. 배경을 칠하고 싶었다. 하지만 칠할 수 있는 색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색을 칠하기엔 너무 긍정적이다. 검은색을 칠하기엔 무거워서 그 무게에 내가 압도당할 것 같다. 그림은 나를 놓아주는 곳이지 나를 옭아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안을 글로 적는 것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불안을 글로 적으면 불안이 현실이 된다. 불안이 내 안에 새겨진다. 하지만 그림은 다르다. 불안을 그림으로 그리면 내 안에 있던 불안이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 불안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글로 적을 때는 더 선명해지고 뚜렷해져서 애매했던 불안이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데 반해 그림으로 그릴 때는 더 흐릿해지고 흐릿해지다 어느샌가 사라져버린다. 불안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이 우스울 정도로. 


그래서 오늘의, 요즘의 이 불안은 글이 아니라 그림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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