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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3. 2021

불안의 색1

불안의 색을 그렸다. 나는 언제나 나무다. 뿌리가 없다.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나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지 않은 글자다. 읽을 수 없는 글자다. 나무와 나무는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독하다. 내 안의 불안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불안의 이름도 읽을 수 없고 불안의 뿌리를 찾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어둡지는 않다. 하지만 어둡지 않다고 해서 밝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기에 어둠의 색조차 쓸 수 없는 것뿐이다. 나의 불안은 이러한 모습이다. 복잡하다. 한 가지 색으로 정의내릴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규칙도 없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그런 불안이다. 


불안하지 않은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려는 의욕은 있는 건가,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대답하지 못한다. 불안할 때의 나는 뿌리가 없는 나무를 그린다. 뿌리는 삶에 대한 안정감을 의미한다. 뿌리 없는 나무는 불안하다. 계절을 알 수 없는 배경이다. 겨울이라 잎이 없는 것인지 여름임에도 잎이 없는 것인지 봄을 기다리는 봉오리를 숨기고 있는 것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불안인 것이다. 


이 그림은 나의 불안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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