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

by 유정

마음에 드는 단어를 발견하면 계속 그 단어가 머릿속에 맴돈다.

글벗.

아름다운 단어다. ‘글’이라는 단어 자체도 아름답고, ‘벗’이라는 단어도 따뜻해서 좋다. 각자 따로도 아름다운 단어인데 둘이 만나니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단어가 되었다.

글벗이란 어떤 친구일까.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서로의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글벗일까.

나에게는 그런 글벗이 있을까.

글벗이라는 단어를 책 속에서 발견하기 전까지는 나에게 글벗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연히 읽은 이어령의 <읽고 싶은 이어령>이란 책 속에서 발견한 이후, 글벗에 대해 생각한다. 나에게 글벗은 있는가, 나는 누군가에게 글벗이 되어 주었는가.


오늘 친구와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었다.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란 책이다.

“이 책의 매력은...”이라는 말과 함께 서문을 펼쳤다. 그 서문에는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의 의미를 담아 쓴 책이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새 부모님이 되는 신부의 부모님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을 쓴 후 그 분들에게 바친다는 표현도 책의 첫 장에 들어 있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 저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이런 책을 쓴 그 저자도 부럽고 그 책을 받는 아내도 부러웠다. 글로 사랑을 고백하는, 굉장히 사적인 그들만의 사랑이 굉장히 공적인 의미가 되어 그들과 무관한 우리에게도 감동이 전해진다. 책과 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 모습들에서 미치도록 부러움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그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생각한다.

사적인 자신들의 사랑을 공적으로 만든 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그런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책 이후로도 그와 연결된 다른 책들에 대해 한참을 토론했다.

서로가 좋아하는 책은 다르지만 함께 책을 읽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친구의 아픔을 듣기보다, 내 말을 쏟아내느라 정신없었던 하루가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날이다. 그럼에도 나에게도 글벗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감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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