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Oct 17. 2020

끝까지 읽지 못하는 한 권의 책을 보내며

여러 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다 보니, 읽다가 포기하게 되는 책이 들어있곤 한다. 이렇게 읽다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런 책을 만날 때면 언제나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소설은 아직 나에게는 쉽게 흡수되지 않는 분야인 듯하다.

소설을 쓴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썼고 그 작가는 어떤 유년시절을 겪었는가에 대한 글은 마음에 와 닿지만 소설은 좀처럼 읽히지가 않는다. 참고 읽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씹히지 않는 음식물이 식도에 걸린 듯해서 결국 포기하게 된다.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란 책에서, 읽지 않을 권리와 함께 읽다 도중에 포기할 권리도 독자에게는 있다고 쓴 부분을 떠올리며 목에 걸린 가시 같던 책을 덮게 된다.

지금도 한 권의 책을 도중에 보냈다.


어른이 될수록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진다. 그래서 최소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는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다른 생활 속에서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가진 탓도 있고 가까워지려는 노력 자체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내 쪽의 노력만으로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어떻게든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읽다 포기하고 마는 책처럼 인위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을, 지금은 읽을 수 없는 소설책이 많지만 언젠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지금은 안 되는 것,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언젠가 다른 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나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고 싶다.

신체의 시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떨어지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나날이 좋아지길 기대한다.


끝까지 읽지 못하는 한 권의 책을 보내며, 이렇게나마 내 마음을 정리한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