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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Mar 06. 2016

도시에 사는 50대의 삶이란

일요일 출근때문에 마지노선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집에서 나왔다. 버스를 타려다 결국 택시를 탔다. 손을 들어 잡고 보니 인터내셔널 택시. 처음 타봤는데 일반 택시와 다르지 않았다. 기사분이 좀 말이 많은 편이라는 건 빼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하나만 더 하자 해서 나를 태웠다고. 동네 주민이라 반갑다며 인사해주셨다. 기사님은 간단히 인생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는 20년 동안 수학강사를 했다. 50대가 되니까 더 이상 써주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일년에 두 번, 방학 때 기숙학원에 가서 강의하는 일 뿐이다. 남는 시간에 그냥 쉴 수가 없어서 25년 전 일본에서 대학원 생활했던 경험을 살려 인터내셔널 택시 자격을 땄다. 택시를 시작한 지 고작 보름. 25년을 서울에서 운전을 했는데 막상 택시 운전을 하고 보니 길을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서 아직 부끄럽다.


고 말씀하시는게 학원강사 답게 선명하고 또랑또랑해서 인상깊었다.  


지금 서울사는 50대의 삶은 사실 뭔가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직장이 있거나 없거나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단단한 철길이라 느꼈던 일자리는 이제 외나무 다리처럼 휘청거리고 뒤에서 몰려오는 인파에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위태롭다. 자녀들에게 이런 일은 하지 말라고, 니네 공부 안하면 이런 일 한다고 말했던 직업군으로 많은 중년, 기성세대들이 채워진다. 슬프진 않다. 나에게 그들을 바라보며 슬퍼할 권리도 슬퍼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나도 그렇게 될 확률이 아주 높으니까.


청년이 힘들지만, 중년도 노년도 모두 힘들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청년은 청년으로 평생 사는게 아니라 앞으로 중년과 노년이 되어야 할테고 중년은 몰려오는 후배와 자식, 그리고 부양할 선배들 사이에 맞물려 있고, 그 동안 일했던 2~30년의 시간이 끝나 앞으로 직장 없이 견뎌야 할 30년이 펼쳐져 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는데 갈 길도 멀다. 그게 중년의 삶이 아닐까.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한다. 그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 2~30년 일한 세대들이 굳이 서울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경쟁이 심하고 각박한 서울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지역으로 내려가 가슴 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볼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어떨까. 그럼 선배들이 떠난 자리가 빛날 수 있을테고..


사실 오십대면, 시골에선 아직도 쌩쌩한 청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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