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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Oct 04. 2016

노벨상을 못받는 우리 나라

잘해야지 그러니까


우리 나라가 노벨상 못받는 이유 알아요?

경험상 보통 택시기사분들이 목적지와 관계없는 질문을 할 땐 궁금한게 있다기보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경우다. 피곤에 지쳐있어 그냥 대충 넘길까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호기심이 동해 왤까요? 라고 대답 했다. 기사님이 가로등 불빛으로 환한 을지로를 달리며 걸걸한 목소리로 펼쳐낸 이야기는 이랬다.

걔네가 뭐하러 주겄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시기가 많은데, 만약 우리 나라 사람한테 주면 그 사람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돈주고 상을 샀다고 소문내고 그럴 거라고. 그럴 거 뻔한데 뭐더러 걔네가 우리헌티 상을 주겄어? 나같아도 안주지. 이번에 일본은 또 상 받는다더만, 거기는 아주 나라 잔치래 잔치. 예전에 김대중이가 노벨평화상 받았을 때 사람들이 돈주고 샀다고 얼마나 지랄을 혔어. 그 꼴을 또 보고 싶겄어? 안주고 말지.

택시는 남산길을 올랐고 나는 창 밖을 바라보며 말을 삼켰다. 그의 인생과 기성세대의 인생이 늦은 밤까지 반짝이며 길을 밝히는 서울을 사는 나는,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까.
우리 나라는 지나치게 태도를 중시한다. 그의 말이 그걸 보여준다. 상은 좋은 것이고, 상을 주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다.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나, 그러기 위해선 그들에게 밉보이면 안된다. 결국 태도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상을 받기 위해 결과를 내야하고 결과를 내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하고 그런 인재을 길러내는 교육시스템이 있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잘하는 사람들은 우리도 있다. 노력하면 잘한다. 안되는 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태도가 나쁘기 때문이다. 결국은 대상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것. 평가하는 입장에서 감정을 심는 건 너무 쉬운 일이고 무책임한 일이다.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할 마음도 없겠지.

저 쪽에 내려주세요.

남산 턱, 집 가까이 와서 말을 하고 카드로 계산을 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태도는 차를 타고 말을 걸었을 때와는, 마치 오늘의 일교차만큼이나 온도차가 컸다. 본인보다 노벨상을 가질 확률이 높은 젊은이에게 중한 얘기를 해줬는데 귓등으로 안들었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지. 결국 난 그의 기준에 옳지 못한 태도를 보여준 청년으로 남았는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하고 내렸지만 대답은 듣지 못했다. 비가 그치면 가을이 함께 나란히 걷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직 뒤쳐진 채 걷고 있는 모양이다. 2016년, 대한민국의 상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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