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치카와 에이스케 X 니시무라 유우야 X 카네마츠 요시히로
#일본 #그린즈 #소셜디자인
(원본 링크 : http://greenz.jp/2017/05/23/social_design_education_2/ )
게시일 : 2017.05.23
소셜 디자인을 교육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교토 세이카 대학과 greenz.jp의 콜라보 대담 시리즈.
지난번 야마자키 료씨와 아사다와타루씨의 대담에 이어 이번에는, 소셜 이노베이션을 위한 디자인 팜 <NOSIGNER>의 대표 타치카와 에이스케 씨,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NPO법인 미라츠쿠> 대표 니시무라 유우야 씨를 초청했습니다.
2017년부터 특별초빙 조교수 (타치카와 씨), 특임 준교수(니시무라 씨)라는 새로운 직함으로 실천가뿐만 아니라 교육자로 후진 양성에도 힘쓰시는 두 분에게, 소셜 디자인 수업 만들기에 대한 힌트를 들어보았습니다.
카네마츠 올해부터 타치가와 씨는 게이오대학 대학원 시스템 디자인 매니지먼트 연구과 특별 초빙 조교수에, 니시무라 씨는 간사이대학 종합정보학부 특임 준교수에 취임하셨군요.
최근 <그린즈>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 본업을 하면서 교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매우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요. 이제 제가 가서 배우고 싶을 정도로. (웃음)
니시무라 간사이대학 종합정보학부는 예전에 저도 응시했던 경험이 있어요. 추천받았을 때도 '어라,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만연할 정도였으니,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타치카와 제 경우에는 건축을 배운 모교로 돌아온 거라 매우 감회가 새롭습니다. 10년 전에 좀 더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디자인의 문법'이라는 석사 논문을 썼었는데, 지금 제가 담당하는 수업이 그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미묘한 운명을 느끼고 있어요.
카네마츠 대학과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건 두 분에게 어떤 시간이 되고 있습니까?
타치카와 개인적으로는 '가르침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한다'라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연구의 일환으로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디자인의 문법>의 속편을 준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내용이 수업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카네마츠 그거 기대되는군요. 니시무라 씨는요?
니시무라 제 경우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조금 별개의 문제예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소셜 이노베이션에 관련된 사람들의 지원기관이 압도적으로 부족하고 느끼고 있고, 그 부분은 미라츠쿠(니시무라씨가 운영하는 NPO법인)에서 다뤄야 할 테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의사로 치자면 대학이나 대학원에 의학부가 있고 대학병원이라는 현장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교육현장에서부터 바로 경력을 쌓고 현장을 배워가게 되는데, 사실 소셜 이노베이션은 그렇게 갖춰져 있지 않죠.
카네마츠 분명히 그렇네요. 요즘 대학 개편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실용적 학문으로서 소셜 디자인이나 커뮤니티 디자인, 마을 만들기 등의 학부가 점점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직 미흡하긴 해도 각 대학의 특색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카네마츠 그 흐름에 따라 교토 세이카대학의 인문대에서는 "인문계 소셜 이노베이터를 배출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조금 고민되는 지점이 '인문계에서 소셜 디자인을 교육하다니?'라는 부분입니다.
타치카와 그 불안의 원인은 '소셜 디자인'이나 '인문계 사회 이노베이터'라고 하는 키워드가 주는 모호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 디자인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카네마츠 씨 나름대로의 통찰을 통해 분해하거나 통합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덧붙여 저는 현재 '바우하우스'(※1910년대에 독일에 설립된 디자인 학교. 20세기를 대표하는 많은 디자이너 배출)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는데, 100년 전 그들은 디자인에 얽혀있는 여러 개념을 자기 나름대로 통합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의 노력 덕분에 색채나 형태 등 지금의 디자인 세계에 당연한 것들이 체계화되었다면, 우리는 100년 후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거죠.
카네마츠 바우하우스는 소셜 디자인의 뿌리가 되기도 했죠.
타치카와 당시엔 '소셜'이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었죠. 원래 디자인은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이었으니까. 다른 걸 디자인할 때도 똑같지만, 디자인에는 WHY(목적)와 HOW(수단)이 있고, WHY에는 필로소피가 HOW에는 퀄리티가 매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에 남을만한 디자인에 공통점은 퀄리티보다 필로소피의 강력함이죠.
그 WHY를 성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소셜 디자인 교육의 지향점 아닐까요.
카네마츠 우리가 좋아하는 쿠우카이(空海)의 <대아대욕(大我大欲)>이군요.
타치카와 네,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더 좋다는 거죠. 큰 소원을 이우려고 하면 작은 소망은 자연히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소셜디자인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작은 자신을 뛰어넘어 상상하는 힘을 익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단 중요한 WHY를 만나서 무언가 실현하고자 하다 보면, 필요한 HOW를 몸에 익히기 위해 절실해지게 됩니다. 막연하게 HOW를 배우는 것보다 흡수도 빨라지고요.
예를 들면, 마더하우스의 야마구치 에리코 씨도 처음엔 국제협력 전문가였는데, 디자인의 힘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난 뒤에 열심히 공부해서 순식간에 멋진 가방 디자이너가 되었죠.
카네마츠 디자인계의 수업이라면 데생이나 모형 만들기 같은 How를 상상하기 쉽지만, 인문대로 말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타치카와 디자인의 HOW를 THINK와 DO로 나누어 보면 좋겠어요. THINK는 디자인을 하기 전에 생각하는 법과 보는 법에 관한 일, DO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인 것.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삼는 걸 목표로 한다면 THINK와 DO의 균형이 중요하지만, 인문학부에서도 THINK는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도 과제의 본질을 판별하려고 하거나, 상상력을 넓히거나, 바로 손을 움직여 프로토타입을 개발해본다거나.
카네마츠 우선 그런 버릇이나 습관, 마인드셋(Mind-set)을 익힌다는 것이죠.
타치카와 네, 다만 소셜 '디자인'을 실천하려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디자인을 많이 보고 감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좋은 라면이란 뭘까'라고 생각하기 위해서 라면가게를 차리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라면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것은 필요하죠. 마찬가지로 자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멋진 디자인을 찾는 버릇을 들이고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의 차이를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니시무라 지금 타치카와 씨의 말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저도 '새로운 안테나를 가지는 것'을 수업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우선 평소에 당연시했던 것들을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사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을 할 수 있게 되니까요.
카네마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니시무라 전체적인 이미지를 매핑해서 부감을 통해 살펴보거나 여러 가지 방식은 있지만, 가장 심플하고 강력한 것은 지금까지 학생이 생각해본 적 없는 물음을 던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책을 3권 가지고 오세요'라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이런 책을 읽는 내가 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책 3권을 가지고 오세요'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책을 선택하는 방법이 달라지지요.
카네마츠 확실히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니시무라 사실 실천적인 힘을 몸에 익히기 위해선 현장에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가설도 없이 현장에 가는 건 산책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안테나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그걸 통해 가설을 만들어 현장에 가서 검증하는 것, 그 반복 작업에 의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치카와 성장하는 걸 실감하게 되니까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분이 됩니다. '새로운 안테나를 가진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일입니다. 소셜 디자인을 하기 위해 익혀야 할 기초를 형태로 정리하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구조를 보여주는.
니시무라 심리학을 전공해서 카운슬러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첫 수업은 '오로지 10분,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합니다. 처음엔 왜 그런 걸 하는지 모르고 당황하다가 익숙해지면 그 의미를 알게 되죠.
타치카와 그렇게 해서 매번 한 가지라도 '연습했더니 몸에 익숙해졌다!'라는 게 생기는 기쁨을 만들어주는 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학생 때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조금씩 노력과 과정을 통해 할 수 있게 되면서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며 본인이 성장했다는 실감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저도 학생 때는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제 작품을 보면서 좋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그때 비로소 이걸 만든 나 자신을 칭찬해줘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니시무라 그런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생기는 비결은 '내가 정한', '직접 하는' 감각이죠. 사실 수업 때 앉을자리를 고르는 것도 작은 선택이고, 대화할 상대를 택하는 것도 그런 거예요. 어쨌든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고 판단하는 순간들을 디테일하게 준비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삼고 있습니다.
카네마츠 오늘 두 분의 말씀을 듣고 새삼 느낀 것은, 두 분은 수업을 짜는 데에 있어서 확실한 중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저에게도 비슷한 게 있기는 있을 테지만, 아직 충분히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긴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니시무라 결국 수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은 교수 개개인의 경험이죠. 일단 그게 뭔지를 알게 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사람을 늘리는 수업'이라면 내가 어떤 때 아이디어를 실천했는지 되돌아보는 겁니다. 그럼 대부분 '사람을 만나면서 어느샌가 움직이고 실천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게 되죠. '재미있는 사람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라고 한다면, 제 수업은 '재미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 같이 만들자'와 같은 게 됩니다.
카네마츠 그렇군요. 심플하네요.
니시무라 게다가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계학'이라면 '통계를 배웁니다, 이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인지 너무 널브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대학생 때 열심히 들었던 수업은 오늘 이야기에 나온 '심리학'과 '통계학', 그리고 또 하나, 교수님이 거의 사모아에 있어서 강의는 1년에 몇 번 밖에 하지 않았던 '문화 인류학' 정도입니다. (웃음)
그래도 '그 모습이 정말 문화인류학 그 자체로군'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하게 남아있어요.
타치카와 학생들에게는 교사의 그런 '인상'이 크게 남는 거죠. 제 은사인 쿠마 켄고 씨도 정말 바쁜 분이었지만, 제자 한 명 한 명과 얘기를 나누면 15초 사이에 정확한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그 방식은 지금 제가 하는 일에도 엄청냔 영향을 주고 있어요.
카네마츠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저 나름대로의 그리고 교토 세이카대학으로서의 '소셜 디자인 철학'을 정리하면서 무엇보다 저 자신이 소셜 디자인을 즐기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인 것 같습니다. 지금 구상 중인 <쿠우카이와 소셜디자인>이나 프리랜서 노력가로서의 활동과도, 아주 깊은 곳에서 이어지게 될 것 같고, 왠지 두근두근하네요. (웃음)
니시무라 이렇게 카네마츠 씨가 세이카에 있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이노베이션이 사회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려면 일부의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세이카 출신의 만화가가 가진 힘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죠. 다른 대학에는 없는 대중성이 매우 요구되는 곳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타치카와 교토 세이카 대학은 인문계 학과와 예술계의 학부가 같은 캠퍼스에 있는 것도 매력이죠.
인문학부에서 다양한 사상과 문화적 소양으로 인문학적 배경을 파고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 사람은 큰 WHY와 만나기 쉽습니다. 그건 결과적으로 좋은 디자이너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 그걸 이어주는 교량으로서의 역할로, 카네마츠 씨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담 여기까지)
마치 카운슬링 같았던 두 분과 대담, 어땠나요?
개인적으로 교수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교토 세이카대학다운 소셜 디자인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제넘다'는 핑계로 변명하며 피해 온 소셜 디자인 체계화라는 큰 숙제를 드디어 마주하게 된 것 같아서 조용한 전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담 시리즈는 이번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교토 세이카 대학의 소셜 디자인에 대한 교육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만약 뭔가 감이 온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류우케이칸 214호실 <STUDYHALL214>에서 새로운 만남 기다리겠습니다.
(촬영: 카타오카 쿄코)
(도움말: 와코루 스터디 홀 교토)
[sponsored by교토 세이카 대학]
글쓴이
카네마츠 요시히로
공부가 / <그린즈> 전 편집장 / 교토 세이카대학 인문학부 특임 강사
1979 년 출생. 웹 디자이너로서 NPO 지원에 참여하면서 "디자인은 세계를 바꿀 수 있는가?'를 주제로 전 세계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연재. 그리고 소셜 디자인을 위한 팁을 발신하는 웹 매거진 'greenz.jp' 출시와 함께 하게 되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편집장을 역임.
2016 년 프리랜서 공부 작가로 독립하여 교토 세이카 대학 인문 학부 특임 강사, 공부 공간을 리노베이션 하는 프로젝트 <everyone's STUDYHALL!>의 발기인, <일은 노는 것> 워크숍 유닛 <cotone cotône> 멤버로서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 중.
저서로는 <소셜 디자인>, <일본을 소셜 디자인하다>, <공해와 소셜 디자인> 연재 등.
아키타 현 출신, 교토 거주. 한 아이의 아버지.
번역/편집 : 리이선생
clownforre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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