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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Mar 03. 2020

달 케이크.

접시에 남긴 시간들을 포개 둘게.

진한 커피에 희석된 불안을
깨어진 그릇 위로 서서히 부어댔다.
종종 거의 사라진 듯 보이기도 해서
동그랗고 크림색의 덩어리 몇 개가 발밑에 남았다.
타인을 위해서만 슬픔이 사치를 부리고
거품기에 취해있던 저녁은
한번 불어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주전자 바깥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남은 시간을 물고기 모양으로 접어
이곳저곳으로 날려 보내기를 한참 동안이나
엉성하게 시간을 때우면서 동시에 오려내고 있었다.
빈 머그컵에는 달빛을 채워두고
밤이 되면 꺼내보았다.
지독하리만치 가벼운 영혼이 나를
에워싸던 끈적한 공기 뒤로
저 멀리 반대편에서 거짓이 걸어오고 있었다는.



달은 기울어지다 가끔은 찌그러지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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