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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Apr 28. 2020

그날에 유일했던 39초.

눈을 감고 있었던가 싶기도 했어.

미련스럽게 남아있던 허영들은 시시때때로
모양을 바꾸어가며 등장하곤 했다.
진실이 소용없게 된 시점에
낮지만 높게 쌓아 올린 약속들이 잠기며
강물 위로 주인 없는 폐가 떠올랐다.
우린 아주 오랜 시간 헤엄을 쳤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잃어가고 있었다.
물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나름 적당한 핑계였다.
점점 더 깊이 도망쳤고 바닥에
도착했을 때 작은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는
문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겠지.
현실이란 바닥 쪽에서 더 냉혹하게 돌아가.
두 번의 기회라는 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란 걸 너무 잘 알았다.
우린 내키지 않는 잠수를 이어갔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밤에 그저녁이 밀려가며 바닥으로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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