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구슬에 빛이 굴절되면.
틀어져버린 시간 사이를
게으르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크게 안도하며.
흐트러지고 망가진 분자들의 숲에
덩그러니 남은 환영들.
바깥에서는 안을 볼 수 없지만
여기에선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닿지 않는 곳에 서서
서로에게 진심들을 전하려는 일이
밀린 숙제를 한 번에 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시간들은 떠내려가고
밀려오기를 무한하게 이어갔다.
보이는데 하지만 절대 잡을 수는 없는
미지의 공중으로 나아가고 되돌아왔다.
생각보다 끝은 어느 정도 멀리 있다고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