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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May 13. 2020

우리는 그렇게 또.

맑고 맑아 바람이 부는 날에는.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결심은 가느다란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고
곧 무뎌졌고 제법 곤란해지기도 하였다.
언젠가의 가볍고 얇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줄곧 함정에 빠지곤 했으며.
내가 파놓은 구멍에도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둔 덫에도.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며 금세 다가올
평온을 되찾은 듯 하루를 기다리기도 하며
달력에는 수를 세어 넣었다.
계속해서 집어넣은 숫자는 공책 한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도 자기들끼리 연결되어 있었다.
너는 현실이 슬쩍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맨 뒤쪽의 페이지에 적혀있을 결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잠시 멈춘 바람사이에 손을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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