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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Oct 12. 2020

벽장.

생각보다 제법 괜찮아서.

누군가 태양을 훔쳐 달아난 이후
남은 세계는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빛은 더 이상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생각보다 빠르지만 천천히
곧 어둠에 익숙해졌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면서
사람들은 다투는 일이 줄어들었고
세상은 네모난 모양으로 쪼개져갔다.
그리고 그렇게 형식적으로는
조금은 낯설고 이상하지만
우리는 모두 지속적인 낙원에 짓눌렸다.
제법 불편해 보였지만 생각보다 몹시
편안해서 다들 그 안에서는 이불처럼
서로 포개져 잠이 들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이던 세계를 넘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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