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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Oct 23. 2020

환각 궤도.

해안도로를 달리며.

나는 당신의 도시를 그 해안가를 가본 적이 언제였는지 떠올리며 무척 오래되었다는 짐작만을 해. 내가 그곳에 갔을 때 당신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는 같지만 다른 세계에 존재하기에 하지만 왠지 나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혀 그곳을 그리고 당신을 치밀하고 고혹적인 어떤 구도 안에 집어넣고 있었지.
그러한 노력에도 너는 곧 허구적인 차원을 벗어나 가벽을 빠져나가 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상태의 공기의 흐름을 나는 여전히 혼자 따라가고.
어느새 해가 저물고 노을이 지고 있는 바다의 끝에 맞물린 도로 위에서 주머니 안을 뒤적이는 척 유난히 희고 반짝이던 모래를 들이마시고 꿈을 꿨던 거 같지 아마도. 길은 끝날 듯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해,
당신이 걸었을지도 모르는 또는 언제가 우연하게 지나갈 가능성이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끝없는 산책을 하며 겉돌다가 과거에서부터 뒤쫓아와 나를 기다리던 친숙한 블랙홀 안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며 나를 시커멓게 태우고 소멸하려 해.
우린 모르는척해도 어쩌면 속속들이 서로를 다 알고 있던 걸까 혼잣말을 하곤 했었어, 모든 건 정말 순식간이지.





호수가 바다가 될때까지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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