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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Dec 15. 2020

저녁의 햇빛과 블랙러시안.

구름밭 사이사이.

어째서 좋은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 거지. 나는 당신이 억지로 억지로 술을 마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상냥한 불량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그 노력들을 연신 게을리하지 않는 편이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쁜 일은 또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좋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쁘지 않은 것은 좋은 거라고 굳이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나눌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는 정도로 내버려 두기로 한다. 자기 자신에게 질투를 한 나머지 가엽게도 술을 멀리하지 못하고 있다니 그건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타협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나는 당신의 진심이 화덕 한쪽에 올바르게 누워있다고 생각했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모양을 하고는 납작하게.
우리는 점점 더 중간에서부터 제멋대로 멀어지고 있다. 가지런하게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멀어지고 있다고 해서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대각선과 사선 방향으로 목적 없이 정처 없이 나누어지고 있다는 게 명확했다.

나쁜 일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 나쁜 일이 뭘까. 나쁜 게 뭐고 좋은 게 뭐지 헤아리다 정성스럽게 조각난 기포들이 침전하는 공기덩어리 사이로 무수하게 쏟아지며 흩어졌다. 그게 뭐 중요한가 싶어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숨기려 할수록 더 쉽게 드러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게 그런 쪽이었다. 결국 침묵의 탈을 쓴 농담 같은 생은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운 거야라는 모순적인 생각을 했다. 어떤 보이지 않는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타인들이 누군가의 규칙적인 슬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얼마나 수군거리는지 모든 게 일순간 소름 끼치게 잔인하고 끔찍스러워졌다.

수치스러움. 보편적인 관점에서 전혀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존재 그 자체로 계속해서 수치스러워지고 있다. 개인을 의심하게 되는 일은 주위에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진심을 다해 술이 필요한 이유를 찾았다. 우리는 수치스러움을 어떤 방식으로든 숨겨야만 하고 더욱더 가벼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마시고 취해야만 했다. 아찔하게 스러져가는 하루를 등 뒤로 넘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술은 지극히 모두에게 일상적인 습관과 태도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밤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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