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덮쳐버린 기억.
불안은 어쩌면 너무나도 쉽게 전염이 되고 마는 걸까. 아마도 그녀가 태아일 때부터 조금은 가지고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엄마는 어린 시절 입양이 되었다고 들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도 않을 작은 나이에 낯선 곳에서의 그녀를 떠올리자 무참하게 슬퍼지고 말았다.
평범한 환경이 주는 일상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고 초저녁이 되어 깨어났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그녀의 엄마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다 숨겨 두었다고 했다. 아마도 친엄마가 와서 그녀를 데려갈 것을 염려했던 것 일터.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보며 논두렁 뒤에서 매번 울어야 했던 그녀는 어느 시점에는 눈물이 말라버려 더 이상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이 없는 얼굴이 슬픔을 숨긴 얼굴이 되어 자라났다. 모든 걸 다 잊고 무표정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녀의 딸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 찾아가서 같이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하자 그녀는 끝내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 무렵 그녀의 슬픔은 그녀의 딸에게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