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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Dec 03. 2020

한강.

강 건너편의 그대.

그래서 말이야. 정말 좋아하던 것들이 싫어지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지라고 말하며 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주를 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네가 남겨두고 간 맥주를 홀짝거리다가 문득.
넌 호수나 바다가 있는 곳에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렸어 내 맘대로.
물이 흐르던 고여있든 간에 그걸 바라보는 일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말아서. 언젠가 기필코 네 마음 안에 들어가서 너를 뒤흔드는 것이 무엇인지 샅샅이 뒤져보고 싶을 만큼 넌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평온해 보여서 그런 게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 보지만 시야를 가리는 건 가득한 습기여서 앞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느끼며 여기는 도시이구나라고 잠시 생각하고. 다음번에 당신을 만나게 되면 같이 바다낚시를 하러 가야지라고 결심을 한다. 밤낚시도 엄청나게 운치 있을 거야. 수면 가까이 다가오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또 낚시용품을 고르며 주말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오는 평일에는 꼭 이야기를 해야지. 우리같이 바다에 겨울바다에 가서 낚시를 하자고. 맥주를 마시다가 홀연히 떠나버린 그대에게 그 말을 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투성이로 용기를 내겠다고 결심했지만 그와 정반대로 남은 맥주를 욕조에 부어버렸다. 맥주는 하수구를 통해 다시 한강으로 흘러들 거였다. 그런 방식 외에는 자연스럽게 강에 스며드는 일은 대책 없이 불가능해 보였다.




환상속에 그대라는 걸 이젠 명확하게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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