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편의 그대.
그래서 말이야. 정말 좋아하던 것들이 싫어지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지라고 말하며 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주를 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네가 남겨두고 간 맥주를 홀짝거리다가 문득.
넌 호수나 바다가 있는 곳에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내가 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버렸어 내 맘대로.
물이 흐르던 고여있든 간에 그걸 바라보는 일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말아서. 언젠가 기필코 네 마음 안에 들어가서 너를 뒤흔드는 것이 무엇인지 샅샅이 뒤져보고 싶을 만큼 넌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평온해 보여서 그런 게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 보지만 시야를 가리는 건 가득한 습기여서 앞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느끼며 여기는 도시이구나라고 잠시 생각하고. 다음번에 당신을 만나게 되면 같이 바다낚시를 하러 가야지라고 결심을 한다. 밤낚시도 엄청나게 운치 있을 거야. 수면 가까이 다가오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또 낚시용품을 고르며 주말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오는 평일에는 꼭 이야기를 해야지. 우리같이 바다에 겨울바다에 가서 낚시를 하자고. 맥주를 마시다가 홀연히 떠나버린 그대에게 그 말을 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투성이로 용기를 내겠다고 결심했지만 그와 정반대로 남은 맥주를 욕조에 부어버렸다. 맥주는 하수구를 통해 다시 한강으로 흘러들 거였다. 그런 방식 외에는 자연스럽게 강에 스며드는 일은 대책 없이 불가능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