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사람 Nov 29. 2020

풍선 이별.

혼자이지 이미 너는.

21살의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풍선을 불고 있었다. 강둑 위에서 풍선의 힘을 빌려 날아보자고 했던가. 하지만 너는 좀처럼 풍선을 불어서 묶지 않고 태연하게 풍선을 아주 크게 불어서 부는 것과 동시에 계속 풍선을 터트렸다. 귀가 아플 거 같은데 즐거운 표정으로 풍선을 불며 터트리는 너.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풍선이 터지는 순간 무지개가 보인다고.
풍선이 터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그걸 지켜보는 일은 곤욕스러웠다.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했고 우리는 얼마 후 결국 지독하게 사소한 일을 계기로 헤어졌다. 우리의 영혼까지 헤어지는 일은 풍선을 터트리는 일보다도 어려웠지만.
대부분의 헤어짐은 잔인할 만큼 별거 아닌 게 아닐까. 이모는 언젠가 나를 붙잡고 이런 말을 했었다. 이모가 먼저 헤어지자고 절대로 말하지는 않을 거지만 너희 이모부가 헤어지자고 하는 순간에 우린 완전무결하게 끝날 거야. 그게 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땐 너도 어른이 된 거야. 아무렇지 않게 헤어질 수 있는 거 그건 어른들의 세계이거든. 와인을 좋아하던 이모는 그 후로 자주 소주를 마셨다. 이모와는 이모부와 헤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언젠가부터 소식이 끊겼다.

풍경들의 형태가 여러 차례 변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여태 어른들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별은 언제까지나 너무 어렵고 슬픈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이별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심지어 헤어짐의 당사자보다도 내가 더 많이 목놓아 울었다. 이모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모부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미련하게도 착한 사람들은 자신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풍선처럼 생긴 것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곧이어 터져버리거나 슬금슬금 바람이 빠져 쪼그라들어 버릴게 너무나도 뻔해서.




.

풍선이 터지는 건 별게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사용설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