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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Dec 01. 2020

배려 권하는 사회.

부드럽고 보드라운 수많은 진심들이 모인 자리.


좁다라고 하면 좁은 다리 위를 걸어서 건너고 있는데 찌르릉 자전거가 길을 비켜달라고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예전의 나는 분명히 저 소리가 날카롭고 거슬리게 느껴졌는데 여기는 인도가 아니었던가. 바퀴 달린 것이 저리 당당하게 소리를 지를 일인가 하며 비키긴 했지만 마음이 울퉁불퉁해졌다. 비슷한 시간 똑같은 장소 그리고 같은 소리인데 어제는 찌르르릉 맑고 청아하게 느껴지는 소리 (죄송하지만 조금 비켜주실래요 같은 느낌) 에 같은 상황을 다르게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과거의 나는 비켜주긴 했지만 내가 다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다라면 요즘의 나는 같은 상황에서 뭔가 급한일이 있을거야라던지 아니면 내가 한발 늦게 가면 어때라고 생각하며 우스울 정도로 배려라고 하기에는 창피한 수준의 어설픈 아량을 베풀고는 여유롭게 걸어 나아갔다.


실로 누군가를 아주 얕게나마 배려하는 일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스스로를 이롭게 만드는 일이 맞는 게 분명해 보였다. 내가 이런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자 좁은 길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고 앞으로도 종종 만나게 될 게 분명하기에 그들도 틀림없이 누군가를 배려해서 하는 행동이겠지 생각하자 그 모습이 대단히 당당하고 멋있게 생각되었다. 진정한 멋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타인을 침범하지 않는 삶, 피해 주지 않으려는데서 시작한다는 걸. 우리는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욱 타인을 구원하려고 애써야 하는 게 그로 인해 다 같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 나을 거 같다고.


나는 줄곧 행복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고 단언하곤 했는데 한참을 뾰족한 모양으로 외길을 향해 내 멋대로 걷다가 제발에 걸려 넘어지고 나서야 살짝 그 뒷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출근시간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라 뛰고 있는데 앞에 먼저 타시는 아저씨가 뛰어오는 나를 보고 일부러 천천히 탑승을 하고 계신다던지 하는 어찌 보면 너무나 소소한 것들을 통해서였다. (그날은 결국 아저씨의 도움으로 지각을 하지 않았다.)

때론 조용한 버스를 타는 일도 행운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대중교통에서는 통화를 간단하게 하고 끊는다던지와 같은 사소한 예절을 꾸준하게 쌓아가는 사람들 이를 통해 우리는 모두 생각보다 많은 배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에 대해 제법 심각하게 미안하고 감사를 느껴야만 한다.


그렇게 배려가 점차 일상이 되어 나름대로 서로를 위해주고 있었구나라고 아차차 깨닫는 그 시점에 조금은 행복의 문양을 본 것 같았다. 타인을 고려하는 태도라는 건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나처럼 몸에 배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막상 행하기 쉽지 않기에 주관적이긴 해도 제법 특별한 배려를 받은 사람은 그 은혜를 입고 언젠가는 조금씩 다듬어져서 보들보들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매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그다음 날에는 바로 예의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마음 안에 가지고 있다가 어떤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꺼내서 보여줄 수 있다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겠지.

우리가 속한 세계는 어제도 오늘도 큰 차이 없이 똑같은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무탈한 하루 안에 감사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모두의 배려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하고 자리에 누워 하루를 접었다. 내일은 더 공손하게 낮은 자세로 하루를 펼쳐야겠다고 생각하며 곧 잠이 들었다.




당신들을 황홀한 영역안쪽에 넣어두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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