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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Jan 30. 2021

자율주행모드.

서행중입니다.

널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기도 하고 종종 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하니까 누구든 무서울 게 없었고 불안할 일이 전혀 없었을 거였다. 이 쪽 길은 조금 구불구불하지만 경치가 좋을 거야. 그렇지만 저쪽 길은 풍경이 별로지만 목적지에 조금은 빨리 도착할 수 있지라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모습은 마치 대략적으로 구세주 같았다.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거면 정말 충분한 거니까.

조금은 예민한 편이지만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 정도는 아니고 타인을 딱 배려하기에 좋은 정도의 신경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이할 만큼 이상적이다. 저렇게 완벽할 정도로 누군가의 마음을 재단해내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나는 네가 달을 떠먹고 자랐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날이 맑은 날에는 생각한다. 오늘은 당신의 기분이 날씨 같았으면 하고 흐린 날에는 흐릿한 분위기에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당신은 나에게 좀 씩씩하게 걸으라고 했는데 힘내라는 말보다 기운이 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쌓고 부수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겨울에 돌아왔다 다시. 우리는 여전히 겨울에서 봄을 향해 나침반도 없이 걷고 있다 엄청 씩씩하게.





둥둥 떠가는 흘러가는 일이 나쁜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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