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필요해 맑은날에도.
붉은색 바탕에 우산이 그려진 표지 그리고 애정하는 작가님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책을 책상에 올려두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든든하게 밥상을 차려놓은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열심히 책을 쓰고 계시니 정성스럽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일었다. 사실 이책은 아까워서 책장에 꽃아두고 한참동안 읽지 못했다. 다 읽고 나면 왠지 너무 슬퍼질 거 같아서. 표지와 제목만을 보고 그런생각을 했다.
디디의 우산은 누군가로부터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런사람이라면 그랬던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어떤 시련도 관통할 수 있는 힘이 내재되는 것이 맞을거라고. 주인공의 이름도 대문자 D도 아니고 소문자 d와 dd라니. 작가님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황정은 작가가 이책을 써내려갈때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입을 앙다문채로 묵묵하게 몰두했을 것만 같아서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졌다. 몽글몽글한 것들이 내안에서 하나 둘 툭툭 터지고 있었다. 분명히 이거 위로야위로라고 써있지는 않은데 아주 커다랗고 잡을 수 없는 위로가 열기구처럼 하늘에 떠서 스르르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불분명하고 개인적인 감정이기에 작가님의 의도는 결단코 아니겠지만 그래서 모든 책은 읽는 사람의 그릇에 맞게 다가오는거 같다. 나는 늘 되지않는 위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서.
내내 이어질 것이다.
더는 아름답지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삶이. 거기엔 망함조차 없고••••••그냥
다만 적나라하게 이어질 뿐.
무심하게 던져지는 위로들을 받아채는 동안에는 내가 왜 슬펐는지 어째서 그때 그시각 그장소를 기억함과 동시에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는지를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작가님의 세계를 계속계속 기억하고 싶다고 d가 언젠가 내옆을 스쳐지나 갔을지도 모른다고. 분명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고 대충살아도 되는 인생이지만 너무 대충살지는 말아달라고 어떤 다정들을 부탁들을 책안쪽 깊숙이 숨겨두었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신호를 찾고싶으면 찾으시고 아니면 마세요라는 느낌의. 간절한만큼 매정하기도 한 부탁. 그래서 더 와닿는 매력적인 글의 힘을 다시한번 느낀다. 오늘은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힘내요라고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작가님은 내가 주문한 감정을 그대로 책속의 상자에 담아 원하는 주소로 정확하게 배송해주셨다. 작가님 애정합니다 사랑해요라는 말같은 건 절대하지 말아야지. 그보다 더 적당하고 멋스러운 말을 고백을 찾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