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그리고 만화경 속 묵은 기억.
벽에 부딪히는 기다란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건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을 심각하게 불러일으켰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뭔가 시작되려나.
하지만 재생하고 싶지 않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느낌을 기억하고 싶으니까.
뭐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낡고 낡은 기억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조개껍데기들이 무더기로 함께.
그들은 모래성을 쌓았고
파도는 계속해서 성을 무너트렸다.
우리는 이내 바다로 좀 더 깊이 들어가
해수욕을 즐겼다. 수영도 못하면서.
모든 해수욕은 정말이지 그럴싸했다.
아름다운 밤과 계절이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시절이 재생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