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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Sep 10. 2021

스토너, 존 윌리엄스

보편적인 슬픔.

​작품을 발표하고 5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역주행 인생 소설. 절망스러운 생을 정성스럽고 담담하게 이어가는 스토너가 주인공인 장편소설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욕심부리지 않고 학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지만 크게 이룬 것이 없어 보이는 그의 삶을 지켜보며 독자들은 그의 일생이 불행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의 그러한 반응에 적잖이 놀라워했다고 하는데 작가인 존 윌리엄스는 스토너를 지극히 평범하고 나름의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평범하고 또 평범한 스토너의 다음날이 그 너머의 시간이 궁금해서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벽돌 책은 아님) 틈틈이 오랜만에 열심히 읽었던 소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스토너의 내일이 책을 통해서 중계되는 것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좋아하는 세계가 있고 가까이에서 넘어다볼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일 일수도 있겠다 했는데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뒤늦게 발견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평생을 찾아 헤매거나 계발하지 못한 채 다음 생을 향해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 스토너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있는 현실에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문을 발견했거나 아니면 발굴할 수 있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위해서 다들 무언가에 몰두하고 실망하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게 꼭 진실 속의 허구 같다.




​자신이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는 얼마나 큰 강물이 흐르고 있는 걸까요. 그 강물은 세차게 떠내려가고 수증기가 되어 구름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우리 머리 위로 슬그머니 내려앉겠죠. 비가 내리거나 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들꽃을 찾아내는 날들을 꿈꿔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테라스에 앉아서 서서히 느릿느릿 변해가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볼 거예요.



​​그 상실감,
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그 상실감이
쏟아져 나와
그를 집어삼켰다.



어떤 상실에 대비하려면 커다란 담을 쌓고 기다란 나무를 잔뜩 심어 주위를 모두 막고 폐쇄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상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둑을 쌓고 물을 가두면 더 이상 강물은 흐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멈춰 고여있을 테니. 그렇기에 작지만 무한할 가능성을 위해서 상실을 견디어 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가 소중하게 바라보아야 할 시간인 건지 깊고 고요한 의문이 짙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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