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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Feb 12. 2020

바이칼 호수에 잠긴 비명.

가장 아래쪽에 놓인 수렁의 깊이.

그는 찬연한 시선으로 침몰하고 인사하며
부식된 단면을 가로질러 빈칸을 채워나갔다.
그 안에서는 누구나 정제되어있지 않아
틈새가 있다 해도 폐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본질도 실체도 헤아릴 수 없는
흑야보다 더 시커먼 환멸과 조우하며
시간의 표면을 쓸어 담아 버리기를 수차례.
달의 해변에 다다르자 행성들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데 별이 쏟아질리는 없다.
더 이상은 슬픔도 눈물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바위에 충돌하며 조각난 채로
물의 질량은 조금씩 늘어 호수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밤하늘에 종이배를 띄우고 하염없이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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