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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잃어버린 사람의,
나침반 찾기 대모험

번아웃 생존자의 수기

by 김희선

베이 에리어에서 배운 것, 잃어버린 것


나는 베이 에리어에서 15년째 스타트업을 하며 살았다.
그곳에서 수없이 들은 말 중 하나가 “Find your North Star.”
모든 회사는 자신의 북극성을 가져야 하고,
모든 리더는 팀이 그 별을 향해 가게 해야 한다고.


나는 그 말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의 북극성은 뚜렷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이 북극성은 변한다. 환장하게도 그렇더라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북극성보다도 ‘내비게이션’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 별이 어디 있는지는 대략 아는데,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잃어버리면
아무리 밝은 별도 나를 이끌 수 없다.




내가 번아웃을 맞이한 진짜 이유


작년, 나는 완전히 번아웃이 왔다.
계획 덕후였던 내가 하루의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았지만
그 어느 것도 손이 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건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방향과 현재 위치 사이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의 북극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 사이 나는, 한때 유효했던 지도 위에서만 길을 찾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삶에는 ‘북극성’을 세우는 일과,
그 별과 나 사이를 ‘항해’하는 일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다시 깃대를 세우는 일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했다.
일단 멈추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내가 요즘 진짜로 에너지를 얻는 일은 뭔가,
무엇이 나를 닳게 하는가,
무엇을 ‘성취’라 부르고 싶은가.


그 다음에야 북극성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별을 향해 가고 있나?
그 별은 여전히 나의 별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
내가 있는 ‘여기’에서
그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조용히,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다.


길을 나선 뒤에도
계속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길이 틀리면, 틀렸다는 걸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만의 “항로 점검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 항로 점검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눔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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