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당신은 정상입니다. 근데 이제 뭔가 해야 할 것 같죠?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하철 안이거나, 버스 창밖을 보면서거나.
아니면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나도 그랬다. 월요일 아침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딱히 뭘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미루고 싶어서.
퇴사 생각이 있었다. 오래됐다. 근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 됐다.
생각은 매일 했다. 근데 생각이 생각으로 끝났다.
빈 노트를 펴놓고 "왜 나가고 싶지"부터 쓰다가, 감정만 잔뜩 쏟아내고 덮었다. 잡사이트를 켰다가 그냥 껐다. 친구한테 "나 진짜 나갈까" 했다가 "글쎄, 요즘 취업 시장이…" 듣고 말았다.
문제는 생각이 없는 게 아니었다. 생각을 꺼낼 구조가 없었다.
퇴사 고민은 사실 질문이 많다.
왜 나가고 싶은 건지. 번아웃인지, 이 회사가 안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친 건지. 나가면 뭘 원하는지. 다음엔 뭘 피하고 싶은지. 어떻게 나가야 후회가 없는지.
이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인 채로 있으면, 아무리 오래 생각해도 제자리다. 감정이 정리되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해진다.
질문에 순서가 생기면 달라진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나" → "어디로 가고 싶나" → "어떻게 거기까지 갈까."
이 흐름대로 생각을 꺼내면, 뱅뱅 돌던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앉기 시작한다.
그래서 만들었다.
19년간 매년 내 인생을 이 구조로 점검해왔다. 연간 계획 세울 때 쓰던 생각의 틀(프레임워크)을, 퇴사 앞에 선 사람에게 맞게 다시 설계했다.
34페이지. 좋아하는 펜 하나. 달달구리와 최애 음료. 조용한 곳에서 1-2시간.
답을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깊게 생각할 구조를 모은 것이다. 다 채우고 나면, "나는 이렇게 하면 된다"가 손에 잡힌다.
비주얼도 신경 썼다. 앉아서 펼쳤을 때 사각사각 쓰고 싶어지는 페이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텍스트 덩어리가 아니라, 생각이 들어갈 자리가 보이는 구조로.
퇴사 고민을 머릿속에 그냥 두는 건, 생각보다 비싸다.
연봉 협상력, 성과 기록, 추천인 타이밍 — 정리 없이 나오면 조용히 사라지는 것들이다.
다음 달 월요일 아침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면, 한번 꺼내서 정리해보는 게 낫다(고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퇴사 - 나를 지키며 잘 도망치는 법>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퇴사/이직을 생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생각의 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