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낸다면 일단 살고 봐요
회사 일로 찌들어서 만년 피로에 시달렸다.
항상 피곤했다. 자도 피곤하고, 쉬어도 피곤하고, 주말 내내 자도 피곤했다. "나이 들어서 그런가", "원래 다들 이렇게 사나" 생각했다.
그러다 갑상선 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그때 내가 나한테 물었다.
"내가 내 몸뚱아리랑 더 오래 가겠어 이 회사랑 더 오래 가겠어?"
답은 명확했고 우선순위가 촤라락 바뀌었다.
회사 다니면서 우리는 거짓말을 많이 한다.
"괜찮아", "할 만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머리로는 자기합리화가 된다. 근데 몸은 정직하다.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 원형탈모, 손톱 뜯기, 이갈이, 어깨 결림, 만성 피로, 생리불순, 대상포진.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나 한계야", "더 이상 못 하겠어", "이거 아니야" 하는 걸 몸이 먼저 알려준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오후부터 불안이 올라온다. 토요일인데도 "내일이 일요일이네, 그럼 모레가 월요일이네" 생각한다. 출근길에 사고 기원한다. 회의실 문 열기가 공포다. 상사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빨리 뛴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이메일이 올까봐 불안하다.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꿈에서도 회사 일 한다.
정신도 거짓말을 못 한다.
"나 무너지고 있어", "더 이상 못 견뎌", "살려줘" 하는 걸 정신이 먼저 알려준다.
몸과 정신이 한 번 망가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번아웃에서 회복하는 데 몇 년. 불안장애 치료하는 데 몇 년.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몇 년. 원형탈모 다시 나는 데 몇 년.
어떤 건 평생 안 나을 수도 있다. 만성 통증, 만성 피로, 트라우마.
그런데 회사는 당신이 아파도 돌아간다.
당신이 번아웃으로 쓰러져도, 퇴사해도, 회사는 돌아간다. 다른 사람이 당신 자리에 앉는다. 몇 달 지나면 당신이 있었던지도 모른다.
근데 당신 몸뚱아리는? 평생 가야 한다. 60년, 70년, 80년. 이 몸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내 몸뚱아리랑 더 오래 가겠어 이 회사랑 더 오래 가겠어?
회사는 3년, 5년, 10년 다니고 나간다. 근데 내 몸은 평생 가야 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내 몸뚱아리를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
회사 때문에 몸 망가뜨리고, 정신 무너뜨리고, 그래서 뭐가 남는데. 연봉? 경력? 그거 가지고 병원 다니면서 살 건가.
"근데 요새 AI 시대고 경기 안 좋은데 퇴사하면 어떡해요."
안다. AI가 일자리 위협하고, 고용 줄인단 소식 들리고, 이직도 힘들고, 월급 나오는 게 감사한 시대다.
근데 그래서 몸 망가뜨리면서까지 버틸 건가.
몸과 정신이 신호를 보낼 정도면, 그건 이미 한계를 넘은 거다. 거기서 더 버티면 회복 불가능한 지점까지 간다.
그러니까 일단 나와야 한다.
AI 시대고, 경기 안 좋고, 이직 힘들어도. 일단 살아야 다음도 있다.
"마음에 안 들어도 회사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게 안전한 거 아닌가요."
아니다.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회사의 울타리는 안전한 게 아니라 감옥이다.
안전한 척하면서 당신을 서서히 죽이는 곳이다. 월급이라는 이름으로,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안전은 당신이 건강한 거다.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한 게 진짜 안전이다. 그게 있어야 다음 직장도 가고, 다시 시작도 하고,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꼭 말해주고 싶다.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낸다면, 일단 나와요.
생각 정리 안 됐어도, 계획 없어도, 다음 직장 없어도. 일단 나와요.
일단 살아야 생각도 하니까.
몸 추스르고, 정신 추스르고, 그다음에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나는 어디로 가고 싶나, 어떻게 거기까지 갈까. 이런 거 나와서 천천히 하면 된다.
생각 정리는 도와드릴 프레임워크가 나한테 있다. 근데 그건 나중 이야기고.
지금은 일단 살아요.
일요일 저녁 소화불량, 월요일 아침 배 아픔, 출근길 사고 기원, 원형탈모, 손톱 뜯기, 이갈이, 불면증, 두통, 만성 피로.
이런 신호가 왔다면, 더 이상 버티지 마세요.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내가 내 몸뚱아리랑 더 오래 가겠어 이 회사랑 더 오래 가겠어?
당연히 내 몸뚱아리랑 더 오래 가야지.
회사는 바꿀 수 있다. 근데 내 몸은 하나밖에 없다.
그러니까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낸다면, "뭣이 중헌디!" 외치고, 몸뚱아리 챙기고, 나오세요.
일단 살아요. 그다음은 그다음 일입니다.
<퇴사 - 나를 지키며 잘 도망치는 법>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퇴사/이직을 생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생각의 틀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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