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폰 켜는 병

불안해서 확인하는 거라면

새벽에 더듬더듬 폰을 찾았다

자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더듬더듬 폰을 찾아서 시간을 확인하고, 잠금화면을 열었다.

제일 먼저 슬랙. 밤새 터진 일 없나. 이메일. 고객사 연락 온 거 없나. 보스가 뭔가 시킨 거 없나.

다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누웠다. 근데 잠이 안 온다. 확인은 했는데 안심이 안 되는 거다. 혹시 놓친 게 있나 싶어서 또 폰을 켰다.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패턴이 됐다. 매일 밤.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다 같은 게 아니거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뭔가 만들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에너지가 넘쳐서, 설레서 하는 거다. 창작하고 싶어서, 뭔가 시작하고 싶어서 새벽을 여는 거다.

근데 나는 달랐다.

내가 새벽에 일어난 이유는 불안이었다.

뭔가 터졌을까봐. 뭔가 놓쳤을까봐. 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봐. 누가 화났을까봐. 문제가 생겼을까봐.

다 확인하고 나면 잠이 더 안 온다. 뇌가 이미 회사 모드로 켜져버린 거거든. 슬랙 확인하고, 이메일 확인하고, 업무 생각하고, 내일 할 일 생각하고.

그렇게 뒤척이다가 알람이 울린다.

제대로 자지도 못한 채로 하루가 시작되는 거다.


낮에도 멀쩡하지 않았다

수면이 무너지니까 낮도 달라졌다.

회의 중에 누가 뭐라고 하는데 귀에 안 들어온다. 멍하니 앉아있는 거다. 같은 말을 두세 번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집중이 안 된다.

별것도 아닌 말에 버럭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서 "내가 왜 그랬나" 싶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말에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짜증이 난다.

점심 먹고 나면 너무 졸려서 화장실 가서 눈 좀 붙인다. 커피를 몇 잔을 마셔도 머리가 멍하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밥도 귀찮고, 씻기도 귀찮고. 그냥 소파에 누워서 폰만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만 내린다. 시간이 가기만 기다린다.

분명히 퇴근했는데 쉬어지질 않는 거다.


피곤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처음엔 피곤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바쁜 거니까, 다들 이렇게 사는 거니까,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요새 좀 피곤하긴 해", "바빠서 그래", "프로젝트 끝나면 나아질 거야".

근데 프로젝트는 끝이 없었다. 이거 끝나면 또 다음 거 시작됐다. 나아지질 않았다.

그게 아니었다. 소진되고 있었던 거다.


수면이 무너지면 다 따라와

수면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것도 다 따라온다.

의지 문제가 아니다. 절대.

몸이 회복할 시간을 못 갖고 있는 거거든. 새벽에 불안해서 깨고, 제대로 못 자고, 낮에 멍하고, 예민해지고, 집중 안 되고, 퇴근해도 안 쉬어지고.

악순환이다.

퇴근을 해도 퇴근이 안 되는 거다. 몸은 집에 있는데 뇌는 여전히 회사에 있는 거거든. 주말에도 월요일 걱정한다. 휴가 가서도 이메일 확인한다.

이게 정상이 아니다.


불안해서 확인하는 거라면

새벽에 폰 켜는 게 습관이 된 사람.

퇴근하고도 슬랙 확인하는 사람.

주말에도 이메일 보는 사람.

휴가 가서도 업무 걱정하는 사람.

불안해서 확인하는 거라면, 그냥 열심히 사는 게 아니다.

그게 퇴사나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신호다.


슬럼프는 쉬면 나아져

슬럼프는 쉬면 나아진다.

일주일 쉬고, 한 달 쉬고, 휴가 가고, 그러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아 이제 괜찮아" 하고 돌아올 수 있다.

근데 쉬어도 안 나아진다면?

휴가 갔다 와도 여전히 불안하고, 주말 내내 쉬어도 월요일이 두렵고, 연차 써도 회복이 안 되고.

그러면 그건 슬럼프가 아니다. 환경 자체가 문제인 거다.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그래서 이걸 만들었어

새벽에 불안해서 폰 켜는 사람들이 있다.

퇴근해도 퇴근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쉬어도 안 쉬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게 나올 수 있게.

퇴사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왜 힘든지, 나한테 중요한 게 뭔지, 돈은 얼마나 필요한지, 다음엔 뭘 할 건지, 어떻게 준비할 건지.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단단하게 준비해서 나올 수 있게.

새벽에 폰 켜면서 "아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생각하는 대신, "나는 준비하고 있어, 곧 나갈 거야" 하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불안을 계획으로 바꿀 수 있게.


새벽에 폰 켜는 게 습관이 됐다면

새벽에 폰 켜는 게 습관이 됐다면, 그건 신호다.

퇴근해도 퇴근이 안 된다면, 그건 신호다.

쉬어도 안 쉬어진다면, 그건 신호다.

환경을 바꿔야 할 때라는 신호.

퇴사나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라는 신호.

그냥 "조금만 더 버티자" 하지 말고,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세요.

새벽에 불안해서 폰 켜는 대신, "나는 준비하고 있어" 하는 안정감으로 잘 수 있게.


퇴사 프레임워크 - 텀블벅 https://tumblbug.com/quit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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