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이 뭘 말하는지 아세요?
스레드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출근길에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교통편이 죄다 멈추거나, 사고가 나서 오늘 하루만 못 가게 됐으면 하는 생각.
처음엔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달리는 거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댓글마다 공감이 수십 개씩 달렸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었던 거다.
이게 단순한 "출근하기 싫다"는 이야기가 아니거든.
내가 멀쩡한데 안 가면 안 되잖아. 아픈 것도 아니고,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힘들어서 오늘은 쉬고 싶어요" 하고 쉴 수가 없잖아.
내가 멈추는 걸 선택하지 못하니까, 불가항력의 뭔가가 나를 멈춰줬으면 하는 거잖아.
지하철이 고장 나거나, 버스가 안 오거나, 사고가 나거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못 가게 되는 거. "내가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야" 하고 말할 수 있는 거.
그래야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으니까.
"그럼 그냥 쉬면 되잖아. 연차 내고."
그게 안 된다는 게 문제야.
이유는 다 달라.
"지금 나가면 팀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내가 없으면 일이 밀린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 간다. 팀장한테 민폐다. 동료들이 힘들어진다.
근데 사실 그 걱정은 내 걱정이 아니라 회사 걱정이야. 나는 이미 한계인데 팀 걱정을 먼저 하고 있는 거거든.
회사는 나 없이도 돌아가. 항상 그래왔어.
"이 프로젝트만 끝내고 나가려고."
다음 주에 발표가 있어서. 다음 달에 런칭이 있어서. 이거만 끝내고 나가려고.
근데 프로젝트는 끝이 없다. 이거 끝나면 또 다른 게 시작된다. "조금만 더"는 계속 반복된다.
몇 달째 "조금만 더"를 반복하고 있는 거 아닌가.
"연차가 없어서."
이미 다 썼다. 아니면 쓸 수가 없는 분위기다. 팀장이 눈치 준다. 동료들이 다 안 쓰는데 나만 쓸 수가 없다.
근데 연차는 내 권리야. 회사가 허락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거야.
"그냥 참을 만해서."
아직 견딜 만하다. 다들 이렇게 산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이 정도 가지고 투정 부리면 안 된다.
근데 "참을 만하다"는 생각을 몇 달째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출근길에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건 이미 한계를 넘은 거야.
멀쩡한 사람은 그런 생각 안 한다. "출근하기 싫다" 정도는 다들 생각한다. 근데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 "교통이 마비됐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못 가게 됐으면 좋겠다"는 다르다.
그건 신호야.
"나 한계야", "더 이상 못 하겠어", "누가 나 좀 멈춰줘" 하는 신호.
불가항력이 와서 나를 멈춰주길 기다리지 마세요.
사고 나기를, 지하철 고장 나기를, 몸이 아프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스스로 멈추세요.
"팀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팀은 당신 없이도 돌아간다. 당신이 쓰러지면 그때도 팀은 돌아간다. 차라리 지금 연차 내고 쉬는 게 나아.
"이 프로젝트만 끝내고"? 프로젝트는 끝이 없다. 이거 끝나면 또 다음 거 있다. 지금 쉬지 않으면 영원히 못 쉰다.
"연차가 없어서"? 반차라도 내세요. 아니면 병가 내세요. 진짜 아프니까. 몸은 멀쩡해 보여도 정신은 아프니까.
"참을 만해서"? 출근길에 사고 나기를 바라는 게 참을 만한 상태인가요.
연차를 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됐다.
"내일 연차 쓸게요" 하는 게 왜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됐는가.
눈치 보고, 미안해하고, 변명하고. "몸이 안 좋아서요", "집에 일이 있어서요". 그냥 "쉬고 싶어서요"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근데 쉬고 싶어서 쉬는 게 뭐가 문제인가.
연차는 내 권리다.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거다. 회사가 허락해주는 게 아니다.
"팀에 피해 간다"? 그게 당신 책임인가. 한 명이 쉬었을 때 돌아가지 않는 팀이면 그건 시스템 문제지 당신 문제가 아니야.
불가항력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멈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일 연차 내보기.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싶어서.
오늘 정시 퇴근하기. 일이 남았어도. 내일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주말에 회사 이메일 안 보기. 카톡 안 보기. 월요일에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작은 것부터 멈추는 연습.
처음엔 죄책감 들 거다. 불안할 거다. "팀에 피해 가는 거 아니야", "일 밀리는 거 아니야" 걱정될 거다.
근데 해보면 안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걸. 하루 쉬었다고 망하지 않는다는 걸.
출근길에 사고 나기를 바라기 전에, 스스로 멈추세요.
몸이 아프기를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쉬세요.
불가항력이 와서 나를 멈춰주길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선택하세요.
당신은 멈출 권리가 있어요.
연차 낼 권리, 쉴 권리, 아프다고 말할 권리, 한계라고 말할 권리.
그 권리를 쓰세요. 눈치 보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그 댓글을 보고 멈췄다.
출근길에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댓글.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짜 바람인지 알았다.
이건 신호야.
우리가 스스로 멈추는 걸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 불가항력이 와서 나를 멈춰주길 바라고 있다는 신호.
그러니까 말한다.
불가항력을 기다리지 마세요. 스스로 멈추세요.
내일 연차 내세요. 그냥 쉬고 싶어서.
그게 한계를 넘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선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