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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by Reflector

나는 늘 ‘왜’에서 멈추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감정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흘려보낸 기억들이 많았다.


그래서 어떤 날들은 흑백으로만 남았다.
감정이 없는 기억은 색이 없었다.
그저 사건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보지 못했던 표정, 말, 눈빛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시간을 지나며 하나씩 완성되어 갔다.
모든 일에는 마음이 있었다.
그때는 몰라서 상처였고,
지금은 이해가 되어 다만 고요했다.


내 안에는 두 사람이 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과거의 나는 이유를 몰라 헤맸고,
지금의 나는 그 이유를 품은 채 살아간다.


이해는 시간 속에서 자란다.
그 시간이 바로 성장이다.


이별도, 상처도, 사랑도
그때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도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했던 것들이
여전히 나를 움직이고,
그 마음들이 결국 나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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