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함께 존재한다는 것
어릴 때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운 적이 있었다.
검은색 털에 깊은 눈을 가진 아이였다.
이름은 레이.
처음 만난 날,
그는 꼬리를 세게 흔들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때의 따뜻한 무게를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그를 정말 좋아했다.
매일 산책하고, 매일 놀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 벽이 되었다.
작은 집, 부족한 시간.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본가로 보내야 했다.
그래야 마당에서 뛰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가족이 말했다.
“레이를 입양 보냈어.”
그 말이 끝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이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예고 없는 이별이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 레이를 닮은 개를 보면
가슴이 조용히 떨렸다.
그때는 몰랐다.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에 담긴 마음의 깊이라는 걸.
레이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득 떠오르는 장면마다
그의 온도가 내 안에서 살아 있었다.
사랑은 형태를 잃어도 존재를 잃지 않는다.
이별은 사라짐이 아니라,
남아 있는 마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