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함께 존재한다는 것
스무 살 무렵,
처음으로 오래 다닌 회사가 있었다.
모델 아르바이트와 디자인 보조를 함께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게을렀다.
일이 많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다.
결국 연락이 왔다.
“이제 나오지 않아도 돼요.”
그 말이 끝이었다.
2년 넘게 다닌 회사였다.
당시의 나는 억울했다.
“그 정도 일로 왜 이렇게까지?”
이해되지 않았다.
며칠 뒤, 뜻밖의 연락이 왔다.
술자리에 한 번 오라는 초대였다.
그 자리에 갔지만, 대화는 거의 없었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다시 나와도 돼요.”
그때는 몰랐지만,
그 초대는 나를 시험하는 손짓이었다.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세울 기회였다.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때의 꾸중은 미움이 아니라 기대였다.
기회를 주는 사람은,
마음의 문을 닫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신뢰의 무게를 배웠다.
신뢰는 한 번 잃으면 쉽게 돌아오지 않지만,
한 번 회복되면 더 단단해진다.
꾸중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다시 믿어보겠다는 시작이다.
기회는 언제나,
꾸짖음이 멈춘 자리에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