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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언어 — 말 뒤에 숨어 있던 마음

3부. 함께 존재한다는 것

by Reflector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였다.

그곳엔 욕을 달고 살던 주임님이 있었다.
불만이 많아 보였고,
회사와 사람 모두가 싫은 듯했다.


그는 자주 투덜거렸다.
“이 회사는 답이 없어.”
“사람들이 일을 몰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싫으면 왜 계속 다닐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그는 늘 욕을 하면서도
새로운 직원이 오면 먼저 챙겼다.
일이 몰리면 대신 도왔고,
상사가 오면 누구보다 먼저 웃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말로는 싫다면서 행동은 다정했다.
그 모순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욕은 미움이 아니라 피로의 표현이었다.
불만 속에는 체념이,
거친 말 뒤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사람은 때로 감정을 반대로 내보낸다.
힘들다고 말하기 어려울 때,
불평으로 버틴다.
그 말은 사실,
‘이곳을 견디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를 이해하게 되자,
그의 말이 다르게 들렸다.
“이 회사는 답이 없어.”
그 말은 어쩌면,
“그래도 나는 오늘도 여기 있다”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말은 언제나 마음의 겉모양일 뿐,
그 안에는 또 다른 온도가 있다.


거칠게 들려도,
그 속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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