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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모양 — 붙잡고 싶었던 마음들

2부. 나를 알아가는 빛

by Reflector

어릴 적부터 자주 들었다.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학교 바뀌면 멀어질까 봐 걱정돼.”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헤어짐이란 걸 잘 몰랐다.
만나면 그냥 만나는 거고,
관계는 한 번 맺으면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다.


새로운 학교로 가서,
새 친구를 만나면서,
그 말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이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때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잃을까 봐 무서운 마음’,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사람은 마음을 잃을 때보다,
사라질 것을 예상할 때 더 불안해한다.
붙잡고 싶다는 말 안에는
사랑과 불안이 함께 있다.


나는 그때 그들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겠다.
그 두려움조차 사랑의 일부였다는 걸.


사랑은 때로 소유욕의 모양을 하고,
때로 의존의 언어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 근원은 같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두려움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이 너무 커서 생긴 그림자다.


붙잡고 싶었던 마음은 결국,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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