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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의 얼굴 — 알고 보니 사랑이었다

2부. 나를 알아가는 빛

by Reflector


오래된 연애였다.
처음으로 길고 깊게 이어진 관계였다.
우리는 함께 있었고,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 사람은 종종 울었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괜찮았고,
그가 왜 울고 있는지 몰랐다.


그는 자고 있는 나를 보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 말이 부담스러웠다.
그때의 나는,
사랑이란 서로 즐거우면 충분한 것이라 믿었다.
그의 미안함은 과한 감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때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의 “미안해”는 사과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사랑은 부족함을 느끼는 감정이기도 했다.
‘더 해주고 싶은데 다 닿지 못한다’는 마음,
그게 사랑의 본질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너무 늦게 배웠다.
그는 나에게 마음을 줬고,
나는 그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 속에서 사랑을 누렸지만,
사랑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를 다시 만나진 않았지만,
이해의 순간마다 그가 떠올랐다.
그의 눈물, 그 말, 그 기다림이
모두 나를 자라게 했다.


사랑은 함께 있을 때보다,
떠난 뒤에 더 잘 보인다.
미안함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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