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해의 시작 — 드라마 속 싸움처럼

2부. 나를 알아가는 빛

by Reflector

고등학생 때였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했다.
그 감정은 진짜 같았다.


그 사람은 자주 거짓말을 했다.
별일 아닌 듯한 말들이 자꾸 어긋났다.
처음엔 그냥 넘겼다.
화내는 게 낯설었다.
그런 감정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몰랐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거짓말을 해?”
목소리가 떨렸다.
스스로 놀랐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화내는 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낯선 감각.
그게 처음이었다.


그때의 나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여겼다.
화는 미성숙함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늦게 알았다.
감정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는 걸.


그때 내가 느낀 분노는
상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치고 있었다는 신호였다.
그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화는 나를 낯설게 만들었지만,
그 낯섦이 결국 나를 이해하게 했다.
감정은 혼란 속에서 태어나고,
그 혼란은 나를 진짜 나에게로 데려간다.


감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를 알게 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리고 분노는, 이해를 향한 첫 문장이다.

keyword
이전 06화마음의 본능 — 싫은 게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