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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본능 — 싫은 게 정말 싫어

2부. 나를 알아가는 빛

by Reflector

유치원 시절이었다.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하기 좋아했다.
책꽃이 사이의 좁은 틈에 앉아,
그 세계를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 그 자리에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나는 비키라고 했다.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 자리를 되찾았다.


달리기 시합이 있던 날도 기억난다.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달리다 멈췄다.
결승선보다 그들의 얼굴이 더 궁금했다.


주사를 맞는 날은 도망쳤다.
미술학원에서는 매일 같은 그림을 그리라 해서
싫다고 했다.
그리고 그만두었다.


아침마다 보던 애니메이션이 끝나야 학교에 갔다.
항상 10분 지각이었다.
그 시간의 자유가 나에게는 더 소중했다.


그때의 나는 단순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았고,
좋은 건 그냥 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혼란이었고,
어른들에게는 피로였다는 걸.


나는 통제를 거부했지만,
그 속에는 나를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내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말 대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라는 뜻이 있었다.


자유는 마음이 원하는 방향이지만,
그 길을 지키는 건 책임이다.


내가 싫어했던 것들은
결국 나를 알게 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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