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음이 숨 쉬던 자리
초등학교 2학년,
나는 또래보다 한 살 어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두 명, 하영이와 유미.
셋이 늘 함께였다.
어느 날 하영이가 물었다.
“너는 유미가 좋아, 내가 좋아?”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하영이를 보며 “너”라고 답했다.
며칠 뒤, 이번엔 유미가 물었다.
“하영이가 좋아, 내가 좋아?”
나는 똑같이 “너”라고 했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둘 다 좋아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유미는 화를 냈다.
“전에는 하영이가 좋다 했잖아!”
나는 당황했다.
억울했지만 설명할 말이 없었다.
그 단순한 대답이 마음을 다치게 할 줄 몰랐다.
그때의 나는 질문의 의미를 몰랐다.
그건 호감의 순서를 묻는 말이 아니라,
‘나를 선택해줘’라는 마음의 확인이었다.
아이들의 말은 단순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사랑은 누가 더 좋은지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함께 있고 싶은 시간을 나누는 마음이었다.
그땐 그 단순한 진실을 몰랐다.
감정의 방향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를 몰랐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감정에는 논리가 없고,
말에는 무게가 있다.
마음을 읽지 못한 말은
다정함의 얼굴로 상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