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음이 숨 쉬던 자리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시골 학교였고, 한 반에 스물아홉 명.
모두가 얼굴을 아는 작은 세계였다.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롤링페이퍼를 돌렸다.
그때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공책에 한 줄만 써줘”라는 말에 따라 적었다.
그 아이를 잘 알지 못했기에,
짧은 인사 몇 줄만 남기고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교실이 소란스러웠다.
울음소리, 찢어진 종이, 그리고 웃는 아이들.
그 아이는 팔이 긁힌 채 울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공책을 몰래 읽고 놀렸다고 했다.
그때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왜 책상 위에 놨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말할 틈도, 이유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오랫동안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게 그렇게 큰일이 되었는지,
왜 눈물이 그렇게 뜨거웠는지.
그건 단순한 공책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공간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수치심을 몰랐다.
나의 부주의가 누군가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의 나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는 무죄’라 믿었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무심함도 책임이 될 수 있다는 걸.
선의가 상처로 바뀌는 데엔
단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눈물 곁에 서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