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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의 온도 — 자리 바꾸기

1부. 마음이 숨 쉬던 자리

by Reflector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시골 초등학교 친구들이 그대로 올라왔고,
새로 전학 온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남자아이와는 몇 마디 정도 나눌 만큼 편해졌다.
서로의 짝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서로에게 이득인 선택이라 믿었다.


며칠 뒤,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말했다.
“왜 너희만 바꿔? 불공평하잖아.”
그녀는 화가 나 있었고,
나는 이유를 몰랐다.


내게는 잘못이 없었다.
합리적으로 판단했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그날 이후 교실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그땐 몰랐다.
옳다는 이유가 언제나 이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공평은 계산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감정의 균형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그 아이의 불만에는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나는 그 단순한 감정을 보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논리로만 세상을 정리했다.


이해받지 못한 합리는
오히려 벽이 된다.
그리고 그 벽은,
다정함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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