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7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센터를 다니다 그만두신 어르신께서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전부터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하셨고 소화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작년 11월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난 후 나온 결과는 췌장암 4기였습니다. 그렇게 3개월의 진단을 받고 저희 데이케어센터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생활을 하시던 중 어르신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올해 1월 퇴소를 하시고 댁에서 간병인이 어르신을 돌보며 생활하셨습니다. 지난 2월에는 댁에 가서 어르신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말씀도 잘하시고 나름대로 건강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들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들은 자기 어머니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며느리들은 어르신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집에서 함께 살기를 거부해 나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사는 막내딸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오빠나 언니 그 누구도 도와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딸은 어르신과 둘이서 살아가며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힘들어했습니다. 무엇보다 막내딸은 항상 어르신의 걱정을 했으며 어르신께서는 항상 막내딸을 걱정하셨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우리 딸은 이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르신께서는 건강과 삶에 많이 집착하셨습니다. 어디서 누가 어떤 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찾아서 약을 드시기도 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열심히 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말려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만큼 생에 대한 의욕이 큰 분이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정이 참 많으셨습니다. 아침에 출석을 하시면 저의 손을 잡고 몰래 사탕을 하나 쥐어주며 "내가 당뇨라서 사탕을 못 먹으니까 이거 드쇼"라고 매일같이 사탕을 쥐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안쓰럽고 안타깝게 살아가신 어르신께서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다행히 통증은 마지막 순간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약 10일가량을 계셨는데 이틀이 지난 후에는 의식이 없이 혼수상태로 계셨다고...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약 5개월간의 투병 기간 동안 어르신께서는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치매라고는 해도 인지가 좋으신 편이었고, 어떠한 병이라고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 본인이 죽어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투병기간 동안 막내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아들들의 관심을 받으며 어르신께서 그동안 느끼지 못 했던 행복을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제 혼자서 살아가실 보호자분입니다. 얼마나 쓸쓸하고 공허한 기분이 들까요.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습니다.
장례식장을 가니 어르신의 장례식장은 병원에서 가장 큰 곳이었습니다. 아들이 그렇게 잡았다고 하던데 죽은 다음에 제일 좋은 장례식장을 잡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 들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고 돌아가신 분들은 그 어느 하나 가지고 가시는 게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후회할 짓을 하며 삽니다,
오늘 장례식장에서는 위와 같은 복잡한 생각이 들어 표정관리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무겁고 참으로 슬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