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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Apr 06. 2016

나를 어떻게 놓으라는 거야?

2015.02.15


  나를 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 자신을 놓아보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다들 나보고 "자신을 놓고 좀 더 편해지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잘 모르긴 해도 계산을 하거나 계획적이지 말고 그냥 마음을 놓으면서 다른 사람을 의지하며 생활하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나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에게 발생되는 모든 부분을 타인을 배제하고 나 스스로만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부분을 흡수하여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더 좋은 방안을 찾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나 스스로는 과거보다 많은 부분에서 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서 계속 "자신을 놓아라."라는 등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그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무엇이냐면 사람마다 에너지 소비가 되는 것이 있고,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구체적인 여러 가지를 신경 쓰고 나에게 그러한 규칙을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자신에게 철저하고 힘들게 하는, 그런 것들이 전혀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그것들을 놓아 버림으로써 생겨나는 불안감들이 훨씬 더 크다. 스트레스도 훨씬 더 많이 받을 것이고... 나는 그러한 것들에 신경을 쓰면서 생활하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고 그저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굉장히 자신을 힘들게 하며 사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나는 그냥 그것이 편하다. 대체 무엇을 놓으라는 말인가? 그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면 나라는 인간은 그냥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결핍을 느끼는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사랑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결핍이라는 것이 크면 문제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 집착을 하거나 별게 아닌 일로 화가 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며 갈등이 생겨난다. 친구들이나 애인끼리 싸우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결핍을 잘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도 결핍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잘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에 낮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이럴 수도 있지, 어차피 원래 혼자 했던 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잖아?"라는 식의 사고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결핍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 결핍으로 발생한 공간 자체를 줄여버린다. 큰 공간 안에 피는 공간이 생기면 채우려고 하지 않고 그 공간을 제외하고 나 자신을 만들어버린다. 이러다 보니 사람이 점점 폐쇄적이 되어가는 건데, 어떠한 것이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보이는 이 모습은 나를 지키기 위한 아주 커다랗고 중요한 방어기제이기 때문에 나는 이것들이 좋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거나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라고도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것도 나를 놓는 것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보거나 알고 싶어 하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블로그에 대해 물어보아도 그냥 다 알려준다. 감출만한 것도 없고 감추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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