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상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승훈 Jul 08. 2016

나이듦의 연애

2015.12.17


  어릴 때는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만날 수 있었다면 나이를 먹고 난 후에는 이 사람과 내가 얼마나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십 대 중반이 넘어서면 누구나 자신의 패턴이 생기고 상대방이 자신의 패턴을 따라오면 이 사람이 나와 잘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는 상대가 보여주는 모습이 일부분일 경우인데, 그걸 착각하면 이제 "나는 너와 내가 잘 맞다 생각하는데 왜 넌 아니라고 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애하는 사람과 거의 술만 마시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과 술을 잘 마시고 잘 노는 누군가가 나와 잘 맞다 생각하고, 너와 나는 좋은 커플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자주 술을 마시고 놀기 위해서 노력하겠지, 하지만 사실 상대방은 단순히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할 뿐 애인과는 음악이나 옷, 책, 영화, 삶의 중요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그 둘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어지더라도 좋은 연애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 더 좋고, 옳고 그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이 서로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사람이 끌리고 좋아지는 것과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라는 이야기다. 나만 해도 만나서 즐겁고 대화를 잘하며 취향이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여럿 있지만 그 사람들과 연애를 하려는 생각을 하거나, 이성적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물론 친구로서는 참 좋아한다) 패턴이 다른 것을 서로 느끼기 때문에 서로를 연애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찾는 것은 아닌데 만나고 보면 애인들 사이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 라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길고 짧은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패턴이 확립되고, 그 패턴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과거와 지금 하는 연애니까 다음에 끌리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나와 맞는 패턴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좋아서 만나는 건 어렵고, 단순히 좋아지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렵다. 나이듦의 연애란 그런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업무의 관계와 스스로에 대한 신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