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1
조직 검사를 하여 병명이 정해진 이후 문자나 전화, 싸이월드 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투병 사실을 알렸다. 입원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병원에 처음 온 친구는 고등학교 때 친구였던 재준이었다. 재준이는 병명이 처음 정해진 이후 바로 나를 찾아와주었고 와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 이후 갑작스럽게 열이 올라 나는 덜덜 떨며 거의 쓰러지다시피 하여 재준이를 보내게 되었었다.
재준이가 몇 년 뒤에 이야기하기를 면회를 왔을 때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처럼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니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던 것인데, 내가 열이 나 몸을 떨어 집에 가게 된 이후 "내 친구가 정말로 죽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무서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즈음 중학교 즈음부터 친구였던 태홍이가 찾아왔었다. 태홍이는 와서 밝은 모습으로 역시나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어 주었다. 또한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태홍이는 그 이후 어머니께서 유방암에 걸렸을 때 서로 위로가 되어 주었고 지금을 나와 어머니 둘 다 완치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송이는 내가 처음 아프고 입원도 하기 전 우리 집으로 찾아와 담담한 대화를 나눈 뒤 나중에는 서로 끌어안고 울면서 '내가 아프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해줌과 동시에 처음으로 위로가 되어준 아주 고마운 친구다.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주었다. 가톨릭학생회 동아리 후배들이 찾아왔고 고등학교 때 함께 동아리를 하던 친구들도 왔다. 또 24살에 동대문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도 찾아왔다. 특히 재형이 형은 나보다 더 슬퍼하고 힘들어했었고 초희는 자기가 보고 있던 책을 나에게 주기도 했다. 또 형과 함께 BMX를 타던 딱 한번 봤던 친구가 문병을 왔었는데 참 뻘쭘하게 함께 앉아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와 제일 친한 친구들이었던 까왕 친구들도 조금 늦게 연락을 하고 찾아왔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늦었다고 말을 했었다.
가장 많이 오신 분들은 우리 공릉동 성당 신자 분들과 엄마의 친구들이었는데 특히 성당에서는 매일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기 때문에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외가 쪽 친척들이 자주 찾아와주시고 병원비를 보태주기도 하셨다. 친가 쪽 친척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찾아와주셨다.
하지만 가톨릭학생회 회장을 할 때 담당 신부님께서는 내가 아플 때도, 그 이후에도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다 낫고 난 이후 인사를 드렸을 때는 나를 기억도 하지 못하셨다. 이 일은 지금도 나에게 아주 큰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청년회 활동이나 레지오 활동을 하지 않고 개인 신앙에 중점을 둔 채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성당에 다니면 친구들 중 아무도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스무 살 이후로는 함께 성당에 다니지 않았지만 여덟 살 때부터 함께 성당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언니가 삼성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나중에 몇 명에게 문자 몇 통이 와서 답장을 몇 차례 했으나 기분이 나빠 내가 연락을 끊고 전화번호도 지워버렸다.
그 외에도 수많은 대학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겼다. 나를 좋아한다 말했고 나의 투병 사실을 안 뒤 전화로 엄청 많은 눈물을 흘렸던 그 아이는 그 눈물 이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여태까지도 나는 그 친구가 나와 연락을 끊은 이유가 궁금하다. 그 친구는 복학을 한 뒤 원주에서 마주친 적이 있으나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을 걸어서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고 그 이후 따로 연락을 하여 이유를 꼭 알아보고 싶었으나 나의 연락을 피해서 물어보지 못 했다.
이렇게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연락이 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하는 이야기는 "무서워서 연락을 하지 못 했다." 가 대부분이었다. 일부러 우리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악의를 가졌던 고모와 고모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무서워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그 이유도 맞을 뿐 아니라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는 단순히 내가 아픈 사실과, 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연락이 끊긴 것이 관계가 끊어진 이유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보다는 자신의 감기가 더 중요하고 괴롭다. 타인은 내 생각보다 나를 신경 쓰지 않으며, 내가 아무리 괴롭더라도 쉽게 잊어버린다. 내가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이때로부터였던 것 같다. 또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이 당시에는 많이 상처를 받았었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의 태도를 보고는 나에게 다가오지 못 했을 것이다.
만약 주변에 누군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꼭 한번 찾아가 주기를 바라요. 당신들이 한 전화 와 연락, 만남은 환자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한 번이라도 찾아와 준 사람들은 잊히지 않아요. 나중의 나중까지 기억에 남아 환자가 긍정적으로 사고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연락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면 그냥 평소에 하던 이야기들을 하세요. 늘 나누던 대화들을 나누고 돌아가고 나면 최소한 그날 하루, 그 주 동안은 아주 고마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뭐를 사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쉽게 볼 수 있는 잡지라도 한 권 사 가시면 좋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연락을 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가 시작되면 만나기 훨씬 어려울 수 있어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면 본인이 잊기 전에, 그 환자가 잊히기 전에, 최대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때 꼭 찾아가주세요